우요일 雨曜日인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나뭇잎도 젖고 포도 위도 젖고 우산 머리카락, 입술... 내 가슴도 젖고 카메라도 젖었다. 웬 가을비가 이래 마이 오노. 비 비 또 비... 우산 우산 그리고 우산... 봉화산 둘레길과 경순선 숲길 걷다. 이렇게 빗속을 걸었던 때가 언제였나 그것도 가을비를. 잔뜩이나 가을을 타는 내가 이렇게 촉촉이 비까지 젖으면 차마 감당하지 못하게 센티멘털해진다. 우리는, 또 나는, 거침없이 가을의 깊숙한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었다. 묵동천이 삽시간에 범람하여 아슬아슬하다. 이미 길 위로 물이 넘쳐 더이상 가지 못하고 우리는 되돌아서야 했다. 뭔놈의 가을비가 이래 억수로 퍼붇노. 이 가을이 고 최헌님의 10주기 되는 계절이다. 님은 갔어도 노래는 남아 이토록 사무치게 가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