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영랑생가 그리고 모란 이야기

설리숲 2022. 6. 1. 23:02

 

6월의 꽃, 하면 모란이 젤 먼저 떠오른다.

화투장의 6월이 목단이기도 하고 김용호의 시에 조두남이 곡을 붙인 가곡 <또 한송이 나의 모란>의 노랫말에도 6월의 꽃으로 나온다.

 

모란, 하면 역시 김영랑이다.

영랑생가에 또 다녀오다.

5월 초였다.

 

 

 

그러나 모란은 없다.

꽃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초당 정원의 모란들은 열매만 달고 있었다.

 

몇 번째인지 모른다. 모란을 보려고 영랑생가를 찾은 게.

그러나 또 실패. 

도대체 언제 가야 볼 수 있는겨? 4월에 가야 하나벼.

 
 
 

영랑생가 뒤울 대나무숲 뒤쪽 언덕에 세계모란공원이 있다.

거창하게 ‘세계모란공원’이라기에 규모도 있고 온갖 모란이 만발하려니 했더니,

그저 여느 조그만 공원이나 다름없고 모란도 그저 그렇다. 그마저도 이미 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영랑생가에서는 보지 못한 꽃이기에 얼마나 반갑던지.

아마도 유럽 몇 나라의 모란을 심어 놓고 전시하는 걸로 '세계'라는 단어를 쓴 것 같다.

 

 

 

 

 

 

 

 

 

 

 

 

 

옛날 신라의 선덕여왕이 공주시절에 당에서 보낸 모란도를 보고는 벌과 나비가 없으니 향기가 없던 꽃이라 해서 천재로 평가했었지.

그런데 꽃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벌이나 나비를 그려 넣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림에 벌나비 없으면 향기가 없는가.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

어린 선덕의 총명을 영웅화하여 여왕등극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조작설이다.

그런데 말이다.

초등학교 때 이 부분을 공부하면서 선생 어느 누구도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래도 모란은 향기가 없다고 믿엇고 어른이 된 후에도 대부분은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선생들도 그렇게 배웠을 테니 비난하지는 못하겠다. 그들도 그렇게 알고 살다가 갔을 것이다.

근데 내가 선생이었다면 궁금해서라도 진짜 모란꽃을 찾아 냄새를 맡아 확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진실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모란은 향기가 있고 당연 벌나비도 앉는다.

 

 

 

 

 

 

 

 

 

세계모란공원에는 모란도 있고 작약도 있다.

난 여태 모란과 작약을 구별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어설프게나마 눈이 트인 것 같다.

그래도 둘은 너무 비슷하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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