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영흥도 가족 모임

설리숲 2022. 6. 18. 00:09

 

 

 

 

 

 

 

 

 

 

 

 

 

 

 

 

 

띠앗머리가 구순하긴 하긴 하지만.

흔한 현실남매같은 가풍은 아니어서 치고 받고 싸우고 못된 짓은 없이 그냥 데면데면한 형제들이다.

돌아가신 엄마가 평생을 자랑처럼 말한 게 우리 애들은 한번도 싸우질 않아서 그게 난 제일 좋아.

싸우질 않으니 정도 그리 깊지는 않을 터, 다 장단점이 있겠지.

 

부모님이 계시면 그 덕에 강제로라도 모여서 얼굴 보고 음식 먹고 하였지만 이후로는 구심점이 없으니 모일 명분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선견지명일까. 우리 형제들은 언제부턴지 연말이면 한번씩 모이기로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는데 이제껏 잘 지켜 왔다.

처음엔 번갈아 가면서 누구 집에서 개최를 했지만 나이가 먹고 움직이기 벅찬 연륜이 되니 그것도 만만하지가 않다.

이제는 누구 집이 아닌 여행지에서 하루 숙박하면서 지내는 편리함을 알게 됐다.

 

코로나로 한동안 못 만났다가 이번에 참으로 오랜만에 형제들 모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금방 눈에 들어오지만 형제들끼리는 늙는 게 잘 안 보인다.

그저 같이 나서 자라고 같이 늙어 가니 동류이식일까.

 

어쨌든 이젠 다들 노인네들이다. 막내인 내가 이만큼 나이 먹었으니 말해 무엇하리.

 

 

 

영흥도.

여행을 좋아하니 이 섬을 세세히 둘러보려고 아직 해가 뜨지 않은 꼭두새벽에 일어나 일찌감치 섬에 들어오다.

그닥 볼만한 명소는 없다. 그저 흔한 여느 서해바다처럼 밀물과 썰물이 갈마들고 물이 빠지면 뻘에 고둥과 게가 지천이고 해가 넘어갈 때면 붉은 노을이 제법 예쁜 그런 섬.

 

이제 우리 형제들의 남은 날들이 얼마나 될까.

더러더러 부고소식을 듣게 될 것을 알고 있다. 인생에서 필히 맞게 되는 당연한 수순이다.

당연하지만 그때가 되면 무지 슬플 것이다. 그것도 지금 알 수 있다.

 

어쩌겠는가. 피할 수 없는 사람의, 아니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의 운명이니.

편안하게 오늘을 즐기며 순리대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