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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의림지

국사시간에 배운 것들을 어른이 되어 찾아본다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법주사 석굴암 행주산성 촉석루 등등. 옛 삼한시대에 축조된 걸로 전해지는 3대 저수지. 밀양 수산제, 김제 벽골제, 제천 의림지. 이들은 지금 시민공원화되어 있다. 어제는 벽골제에 갔다가 코로나로 인한 전편폐쇄로 인해 헛걸음으로 돌아왔고 오늘 의림지를 다녀왔다. 가까운 곳은 더 안 가게 되는 이상한 이런 심리는. 방역관리도 천차만별이어서 벽골제는 통제, 의림지는 허용이다. 수산제는 안 가봐서 모르겠고 얼른 돌림병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마음 편하게 둘러보게. 날이 잔뜩 흐려 호수의 풍광이 우중충하고 사진도 어두침침하다. 어쨌든 가을이 한층 짙어져 가고 있다.

만경평야의 들판과 코스모스

이런 날은 더 쫄쫄 굶게 마련이다. 추석이라고 음식점은 거개가 문을 닫는다. 가정으로 안 돌아가는 홀로족이나 먼 이방에 와 있는 외국인들은 긴 연휴가 좋지만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아예 폐점을 한 식당들도 훨씬 많다. 이런 때 편의점은 참 반갑고 고마운 상점이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느끼는 애잔한 감정. 이런 날에도 집에 있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점원이나 아르바이트생들. 삶이 팍팍한 건가. 전에는 그렇게 동정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친지들 모인 자리에서 대답하기 싫은 질문 폭격을 받는 것보단 탈출해 나와 일하는 게 홀가분하고 편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김없이 들판은 이리도 가을이 가득 찼다. 가네 마네 모이네 마네 사람들만 안달복달 속끓이지 계절은 왔다가 또 가고. 김제시 광활면이다. 광활면(廣活..

제주 비자림

제주 비자림, 한여름인데도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어둑신하게 우거진 숲속이라 사진이 선명하게 안 찍혔다. 사실 비자나무 말고는 그닥 볼거리는 없다. 입장료가 3천원이다. 여타 다른 수목원들을 생각하고 들어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좀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지금은 코로나블루의 암울한 시절. 서늘한 원시림 숲길을 걷는 것에서 심신을 치유한다면 괜찮은 방문지다. 샤브리에 : 목가

추자도 올레길

내 평생에 추자도를 가보리라고는 꿈도 꾼 적 없었다. 그저 남해바다에 절해고도가 하나 있지. 옛날엔 유배지였다지. 본토와 제주도의 중간쯤에 있다지. 막연하고 먼 미지의 섬이었다. 시쳇말로 대박이다. 막연한 이어도 같은 그 섬에 내가 들어갔다. 여행을 다니면서 다음 주는 어디로 갈까 대강 얼개를 잡고 서너 곳 후보지를 생각한다. 이번에 예정에도 없는 이틀간의 휴가가 생겨 버렸다. 갑자기 맞닥뜨린 휴가에 당황하여 생각을 정리하다가 뜬금없이 추자도가 떠올랐다. 태풍 ‘마이삭’이 전국을 휩슬고 있었다. 마이삭의 진로를 주시하다가 추자도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아 그럼 저길 가봐야지, 태풍이 끝나면 배도 출항하겠지. 마이삭과 뒤이은 하이선 사이의 이틀간을 그렇게 해서 추자도에서 보내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추자도..

영양 자작나무 숲

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을 본 눈에 이곳의 자작나무숲은 성에 차지 않았다. 굳이 장점을 부각한다면 원시림에 가깝게 인공의 손을 거의 대지 않았다는 것이겠다. 여북하면 이 숲을 찾아가는 길이 그리도 험한지. 겨우 겨우 들머리를 찾아 좁고 가파르고 구불구블한 비포장도로를 30여분 간 허위허위 오른다. 도중에 차 한 대 마주치는 경우는 종잇장처럼 얇은 틈을 비켜 지나가야 한다. 두 번을 그렇게 아슬하게 넘겼다. 그나마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 탐방객이 많지 않으니 다행이다. 영양에서는 이곳을 새로운 관장지의 명소로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좀더 지나면 인프라가 구축될까 모르겠다. 뭔지 몰라도 입구 쪽에 공사가 진행 중이긴 하다. 지금은 멀리서 시간과 비용 들여 찾아가긴 미흡해 보인다. 그래도 일단 숲에 들면 말 그대로..

자귀나무 꽃

참으로 독특하게 생긴 꽃이다. 꽃잎이 없고 털 같은 술만으로 이루어진. 꽃과 잎 공히 수많은 식물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닮지 않은 고유의 식물. 화려한 분홍의 색이 처연하게 느껴지는 건 예전 읽었던 운흥길의 소설 때문이리라. 소설 속에서 작가는 자귀나무꽃을 합환화(合歡花)로 쓰면서 묘한 에로티시즘의 뉘앙스를 전해준다. 실제로 예전부터 합환목이나 합환수로 불렀고 야합화 야합수(夜合樹)로도 불렸다. 분홍의 저 꽃잎을 밤이면 오므려서 그 모양이 마치 남녀가 서로 껴안고 밤을 보내는 것 같아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아무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묘한 느낌의 나무요 꽃이다. 목하 전국에 지천으로 자귀나무꽃이 만발해 있다.

진안 모래재 메타세쿼이아길 여름

전주에서 진안 쪽으로 구 26번 도로를 타고 가다 구불구불 구절양장 오르막을 오르면 모래재다. 고갯마루에 휴게소가 있어 그늘 벤치에 앉아 음료수 한 캔 마시고 있으면 영을 넘는 서늘한 바람이 몸의 땀을 식혀 준다. 고갯마루에서 진안 쪽으로 약 4km 남짓의 가로수는 메타세쿼이아다. 이곳의 그로수길이 근래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겨울 전주에 갔다가 이곳을 가려고 했는데 대중교통 조건이 워낙 불리해서 이리저리 검색해보다가 포기했었다. 그러나 유명세에는 아직 미흡하다. 4km라고 하지만 모래재부터 3km 구간은 이제 식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나무들이어서 앞으로 많은 해가 지나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나머지 1km 정도 되는 구간은 참말 명품길이다. 늦가을의 노란 나무들과는 또다른, 진초록 메타세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