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멀고 먼 노정이다.
내비로는 3시간 40분 걸린다 해서 제법 많이 걸린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먼 길이었다.
아침 8시에 집에서 떠났는데 보문사에 도착한 게 오후 1시 30분이다. 도중에 지체한 건 아침 먹느라 휴게소에 들르고 자판기커피 한 잔 먹느라 또 한번, 도합 두 번 휴게소에 들렀다.
서울 시내에 들어서 올림픽대로에서 강화 섬으로 넘어갈 때까지의 거리도 거리려니와 차도 많고, 웬 신호는 그리 많은지 움직이는 시간보다 신호대기시간이 더 많은 것 같이 느껴졌다.
하도 짜증이 나서 그냥 돌아가려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쯤까지 왔으니 집으로 돌아간대도 또 이만큼의 시간이 걸릴 테니 그냥 차에서 하루를 허비한다는 게 속상했다. 귀한 주말 이틀 중의 하루를 그냥 날려버리게 되니. 그게 억울해서 유턴하지를 못했다. 오늘 밤 안으로는 도착하겠지. 어차피 1박 할 계획이었으니.
그리고 강화섬으로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신호, 그때마다 차량들은 나라미 서 있고.
드디어 석모도 보문사 앞이다. 차와 사람이 뒤섞여 혼잡하다. 간신히 빈 자릴 찾아 주차를 하고는 내려서 카메라를 꺼냈다.
첫 커틀르 눌렀는데 아뿔싸! 안 찍힌다.
젠장! 메모리카드가 없다. 준비한답시고 기껏 배터리 충전은 잘 했건만 빼 놓았던 메모리카드는 그냥 집에 두고 온 거였다.
이런 빌어먹을. 허탈이 아니라 분노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잦아지는 이런 헛짓거리.
기운이 빠지고 그만 의욕이 사라진다.
카메라가 없으면 여행도 의미가 없다. 1박2일의 여정도 다 헛일이다. 그냥 돌아가자.
다시 마음을 잡아 이왕 왔으니 보문사만이라도 둘러보고 가는 게 덜 속상할 것 같았다. 그냥 아쉬운대로 폰카메라로 몇 장 찍어 두면 그나마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번 보문사 여행은 폰으로만 찍었다. 이건 뭐 사진도 아니다. 그저 다녀왔다는 인증으로나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설렘으로 기다렸던 이번 주말의 강화도 여행을 조기 마감했다. 귀가하는 길도 역시나 지옥 같은 노정이었다.
다음엔 새벽 일찍 떠나면 좀 나을까.
보문사에 다녀와서 보문사 이야기는 없고 속상하고 짜증나는 기억만 적어야겠다.
보문사에 대해선 글쎄다. 기도빨이 쎈(?) 도량이라 그런가. 곳곳에 붙여 놓은 안내문에 돈 이야기가 넘쳐난다. 억하심정으로 말하면 신도와 관광객들에게 돈을 우려내려는 듯한 인상이 짙으니 영 마뜩하지 않다. 보문사에 대한 인상은 그랬다. 오가는 여행길의 불쾌함과 찍지 못한 사진을 더해서 부정적인 기억은 좀 남을 것 같다. 차후 이 포스팅을 들여다볼 때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다만 가을이 짙어가는 경내의 풍경과 더불어 사찰 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의 조망이 일품이다.
박창학 작사 이수인 작곡 박인수 노래 : 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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