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꽃이 만발한 봄날도 단풍이 새빨갛게 물든 가을날도 별 감흥없이 심상하게 맞곤 했다. 봄인가보다, 가을이네. 그저 그거였다. 오히려 이제 이만큼 나이 먹다 보니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센티멘털해진다. 단풍은 언제쯤 절정일까 일기예보에 집중하기도 하고 이번 주를 놓치면 이 가을을 영영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조바심도 갈마든다. 내게 남은 가을이 소년시절 적처럼 하 많이 남아있는 게 아니라는 무의식의 조급증임을 안다. 그러니 이 귀중한 가을을 예전처럼 허투루 보내고 말 수는 없는 절박함이기도 하다. 독립기념관의 단풍숲길이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예의 언제쯤 단풍이 들까 노상 검색하다가 정한 날이 11월 6일이었다. 혼자 가도 좋지만 카페에 정기적으로 깃발을 드는 입장이니 이걸로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