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정선 숲에 살 적에, 비어 있던 옆 폐가에 부부가 이사를 왔었다. 십 몇 년을 신안의 염전에 있다가 이젠 힘들고 지쳐 산으로 왔다고 했다. 나이가 나보다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겉늙어 보이는 데다 굴왕신 같은 매골이어서 환갑도 더 지나 보였다. 얼굴은 새카만데다 버석거리는 피부. 한눈에도 고생에 찌든 인생이 보였다. 일년 정도 그 폐가에 살다가 큰골로 집을 얻어 갔는데 그 이후로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그 아저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깝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몹시 우울했다. 한 가련한 인생을 떠나보낸 것 같은 슬픔이었다. 내 인생도 그보다 나은 것도 아니면서. 부안마실길의 한 구간으로 왕포에서 곰소까지의 이 길이 ‘곰소소금밭길’이다.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