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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려 산뜻한 미동산수목원

장마는 끝났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며칠 비가 내린다. 폭우가 아닌 이런 비는 기분이 개운하다. 고요한 비 풍경을 누릴 만한 곳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가까운 미동산수목원을 찾았다. 미동산수목원은 미원의 동쪽에 있다는 의미의 이름이고 청주시 미원면에 있다. 여름의 절정이다. 더위의 절정이라면 이제는 차츰 내려간다는 것. 이 성하(盛夏)의 풍경도 시나브로 사라지겠다. 비가 예쁘게 내리는 휴일. 여름휴가의 둘쨋날이었다. 비스트 : 비가 오는 날엔

신숭겸장군유적지 배롱나무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면 목백일홍의 계절이다. 이제는 남녘만이 아닌 우리나라 방방곡곡 8월이면 지천으로 피는 백일홍. 장마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이 여인들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 해마다 떠나는 연례행사다. 올해는 대구. 신숭겸장군 유적지의 배롱나무가 괜찮다고 귀동냥으로 들었다. 역사 지식이 짧은 터라 신숭겸 장군을 잘 모른다. 태조 왕건을 살리고 대신 죽은 고구려 개국의 일등공신이라는 것, 최초로 성(姓)을 하사받은, 그리고 내가 태어난 춘천에 그 묘가 있다는 것 정도가 내 상식의 전부다. 이번 여행은 단지 배롱나무꽃을 만나기 위한 여행이기에 장군에 대한 더 이상의 공부도 하지 않았다. 붉은 꽃들의 향연. 내가 어찌 이 정열적인 여인들에게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또한 지금은 상사화의 계절이기..

동두천 외국인관광특구

옛날에는 양공주거리라고 했다지요. 양공주 양색시 양갈보 유엔마담 히빠리...어느 단어를 써도 민망하고 부끄러워 잊고 싶은 과거지만 그래도 잊어서는 안될 역사이기도 합니다. 기지촌이 있는 지역은 다 그런 어두운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자란 춘천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떠나고 없는, 캠프페이지가 있어서 내 고등학교 모교 바로 앞 골목이 공주거리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힐 일입니다. 학교 앞에 공주거리라니! 동두천 보산동의 그 양공주거리가 지금은 이름과 형태를 바꿔 가 되었습니다. 한때는 가장 번화한 경제중심지였다고 합니다. 주민의 40%가 외국인이라서 말 그대로 한국 속의 외국이었다고. 미군 클럽이 56개 업소나 되었다고 하니 정말 굉장했나 봅니다. 지금도 클럽 간판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9..

수국이 있는 풍경, 태안 팜카밀레

몽산포 갔다가 연도에 수국 보러 오라는 어느 농원의 안내판이 있어... 팜카밀레허브농원 입장료는 원래 8천원인데 지금은 수국 피는 계절이라고 12,000원이란다. 이거 납득이 가나? 아무 것 없는 황량한 겨울에도 입장료 받으면서. 그러나 어쨌든 여름 꽃들이 주는 선물은 제법 덜퍽져서 호사를 누릴만 하였다. 수국은 한가지가 아니다. 총천연 다양한 색을 지녔다. 나는 파란색이 가장 좋다. 눈이 시원하면서도 기품 있어 보이고 동화 속의 어느 정원에 데려다 놓는 것 같은 아련한 판타지 비스므리한 느낌? 실제로 정원 속의 건물들이 동화책에서 보던 것들이다. 천 개의 수국이었다. 그것은 다닥다닥 물집들이 터질 때 와와 천 개의 함성이었다 때로 가슴에 묻은 말들을 품은 천 개의 오름이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수국(水菊..

제주 비자림로

제주도 동부지역을 반으로 가르며 사려니숲에서부터 동쪽 해안까지 뻗은 1112번 도로. 비자림로다. 이름은 비자림로이지만 비자나무는 없다. 이 길을 따라 거뭇하게 숲을 이룬 건 삼나무다. 길의 끄트머리 쯤에 비자림이 있어 도로명을 그리 지었을 것이다. 이 삼나무길이 도보여행자들에게는 아주 근사한 트레킹 코스가 될 수 있는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에 보행자가 걸을 수 있는 갓길이 없다. 섬 동편 성산과 우도로 가는 관광 요충로라서 관광객이 많은 주말엔 차량이 몰려 언감생심 걸을 엄두조차 못 낸다. 그나마 한적한 평일을 택해 그 풍경을 담았다. 여러 날을 찜통처럼 삶아대더니 하늘이 흐려졌다. 기상예보를 통해 비소식을 접한 터라 미리 우산을 챙겨 들고 온 터였다. 그리고 염천을 식히며..

동두천 니지모리 스튜디오

동두천 외곽에 있는 니지모리 스튜디오. 일본 에도시대의 풍광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니지모리의 뜻은 무지개숲(にじもり)이다. 로 유명한 고 김재형 감독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드라마 영화촬영으로 일본을 다녀오는 때가 많아 그 경비를 줄이는 게 어떨까 하고 구상을 해서 조성한 촬영지라고 한다. 보통 ‘일본인마을’이라 일컫는데 마을은 아니고 이름 그대로 스튜디오다. 그래서 실제의 일본보더 더 일본 같다는 평이다. 원래는 사진, 또 영화촬영이 주목적인데 작년부터 일반인에게도 개방했다. 입장료가 2만원이다. 주차료 3천원도 별도로 받는다. 입장료는 좀 비싸지만 그런대로 가성비는 괜찮은 편이다. 료칸도 있고 음식점도 있고 일본식카페 기념품가게 등 체험과 함께 돈을 쓸 콘텐츠가 많다. 료칸(旅館이)란 여관이다...

남해 금산 그리고 은모래비치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 이성복의 시 을 읽고 서울서 새벽 첫 버스를 타고 다시 군내버스를 타고 허위허위 금산을 올라 보리암에 올랐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예전에 본 적이 있다. 그 여정이 얼마나 먼지 고스란히 하루를 썼다고 한다. 어스름 저녁이 내리는 암자에 앉아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을 경험했다고 한다. 한 시인의 감성에 빠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그 여행자를 존경한다. 어쩌면 해수관음상 난간에 여전히 그가 앉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은모래해변에 캠프..

철원 소이산에 산수국이 만발했다

파란색도 아닌 것이 보라색도 아닌 것이 어느 때는 노랑에 어느 때는 하양, 또 다른 때는 분홍.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꽃말은 그래서 변덕, 변하기 쉬운 마음 어쩌고저쩌고. 산수국을 보러 떠나온 길이지만 우리를 맞는 건 눈부시게 하얀 개망초입니다.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하다고 이효석은 메밀꽃을 묘사했거니와 그 표현은 이 개망초에도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이 꽃이 흐드러지면 계절은 깔축없이 여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꽃. 너무나 흔해 빠져서 고운 대접을 못 받고 있지만 기실은 청초하고 순결한 매력으로 이보다 더한 꽃이 없습니다. 산수국은 어둑신하고 습한 곳에 삽니다. 그 음습한 풍경을 아름답게 장식한 꽃. 철조망 너머 그네들도 다 똑같은 자태 고운 꽃입니다. 6·25 72주년이었습니다. 휴전선 너머 ..

고창 청농원 라벤더

수많은 허브가 있어 그중에서도 가장 이름이 대중화되어 있으며 실제로도 많이 씌기도 하는 라벤더. 그 향과 보라색을 사람들이 사랑하여. 이때쯤이면 전국 곳곳의 라벤더 농장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고창 청농원의 라벤더도 인기가 높다. 좁은 시골길에 차들이 모여드니 입장하는데도 장시간 대기한다. 농장이 그닥 큰 규모는 아니지만 보랏빛으로 질펀하게 깔린 풍경이 좋다. 내가 갔을 때는 약간은 덜 개화했다. 6월 둘째 주가 가장 적기일 듯하다. 어딜 가나 만나게 되는 인싸들. 카메라 켜놓고 모델처럼 포즈 취하다. 늘 보는 낯익은 광경이어서 생경하지도 않고 사람들도 무관심하긴 하지만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 혼자서 저러고 있으면 민망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좀 뻔뻔해야 하지만 나는 도저히... 엠마뉴엘 : A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