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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비슬산의 진달래

지난 주말에 비슬산에 갔다가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때는 진달래철이라 상춘객들 많을 것을 예상했어야 함에도, 사실 예상을 전혀 안 한건 아니었지만서두 토요일에다 대도시 인근 산이라는 것까진 감안하지 못했다. 느긋하게 너무도 느긋하게 올라가니 이미 입구에서부터 차가 나라미를 서 있다. 연도에 조그만 공간이라도 있으면 게다가 차를 주차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라 내려서 걸어 올라가는 등산객 모태 일대 아수라장이었다. 주차장에 차가 한 대 빠져야 하나가 새로 들어갈 판인데 진달래놀이 하러 온 차가 금방 빠질 리가 없다. 접근도 못하고 돌아 내려오면서 스스로 짜증이 났다. 이 게으름이라니! 그리고 일주일 후에 아예 밤에 길을 떠났다. 도착해서 차에서 잠을 잘 생각이었다. 밤을 달려 비슬산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이..

복사꽃 필 무렵

전쟁에 패한 장수가 낙향해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마지막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꽃 복사밭 건너 논에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산하 서양의 이상향은 유토피아, 동양은 무릉도원(武陵桃源). 복사꽃 만발한 선계 같은 곳이다. 가장 아름답다는 꽃중의 꽃 복사꽃. 삼국지에서도 가장 상징적이고 핵심적인 도원결의. 내 유년시절에도 시냇가나 산기스락, 밭두둑 언저리 등에 아무렇게나 서 있던 개복숭아나무에 분홍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철이면 어린 심정에도 ‘아름다운 세상’의 한 순간을 느끼곤 했다. 예로부터 집안이나 우물가에 복숭아나무 심는 것을 금기했다고 하는데 귀신을 쫓는다는 부적의 영물이라서가 아니라 그 꽃의 아름다움에 부녀자들이 바람나는 걸 단속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앵두나무 우물가의 동네처녀도 바람이 나거늘 복..

정읍천, 꽃비 내리던 길

여기는 정읍. 정염의 기를 다 발산했는가. 벚꽃들은 지금 화려한 꽃비 되어 내려 쌓이고 있었다. 늦가을의 낙엽보다 더 비장하게 슬픈 봄철의 낙화. 하롱하롱 앵두꽃 하얀 잎이 흩날려 떨어질 때의 처연함을 시골에서의 유년시절에 이미 체득했었다. 조숙하기도 하여라! 보통의 낙화는 이처럼 슬픔을 주지만 벚꽃잎은 아니다. 비처럼 떨어지는 꽃잎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활짝 핀 화양연화 꽃잎보다 흩어져 날리는 낙화를 좋아한다. 슬퍼서 좋아한다니! 이율배반의 모순덩어리인가. 사실 꽃잎 지는 걸 슬퍼할 이유가 없다. 꽃이 짐으로써 열매를 맺으니 그들로서는 그것이 더 화려한 생으로 진격하는 일이다. 정읍시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정읍천의 가로수길은 목하 벚꽃의 낙화가 절정이다. 꽃비... 건듯 바람에도 호로로로 ..

문경 소야벚꽃길

영남 쪽으로 여행하다 보면 문경 부근 중부내륙고속도로 옆 들판에 벚나무가 길게 줄지어 있던 것을 보곤 했다. 관광지도 아닌 들판에 뜬금없이 벚나무를 저리 심었을까. 어쨌든 벚꽃 피면 볼만하겠구나 생각했었다. 언제 한번 꽃피면 가 보리라 하면서도 유명관광지가 아닌 탓에 잊어먹고 있었는데 이번 주말 다른 곳에 가는 중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아, 잊고 있었네. 예정에도 없이 문경새재IC로 급히 빠져 나와 이 봄꽃들을 감상하는 오후 한때였다. 알려지지 않은 외진 시골 들판을 사람들은 어찌 알고 이리들 찾아오는지. 지도를 찾아보니 이 개천이 조령천이다. 좁은 농로에 차들이 밀고 들어와 혼잡하니 벚꽃 감상이 그닥 여류롭지는 않았다. 평소는 그닥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는 평범한 시골 천변이래..

삼천포 아가씨

이틀간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 봄도 거의 막바지다. 다원에 있어 봐야 할 일도 없고 진종일 잠에 빠져 있거나 술 좋아하는 여자들 등살에 불콰하게 취해 있거나 할 것이다. 잔뜩 흐려 검은 구름이 무겁게 잠긴 진양호를 한 바퀴 둘러보고 사천읍을 지날 때쯤 예보대로 비가 쏟아진다. 삼천포는 비가 와야 제격이다. 일종의 선입감이다. 그 옛날 은방울자매가 부른 노래의 가사가 비 내리는 삼천포로 시작한다. 대중가요의 위대함은 그것으로 인해 어떤 특정한 장소가 널리 알려지는 것이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속설이 있듯 삼천포는 특별히 가 볼 일이 없는 지방이었다. 부산 마산 등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왕래하거나 같은 경상도 지방을 가면 갔지 생뚱맞게 바닷가에 되똑 나앉은 삼천포를 갈 일은 없는 것이다. 삼천포..

전주 자만벽화골목

보통의 관광객들은 한옥마을만 돌아보고 지척인 이 벽화마을은 잘 모른다. 오목대에서 육교를 건너면 바로 만나는 강파른 산록에 형성된 마을이다. 으례 그렇듯이 이 달동네에도 골목을 벽화로 치장했다.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의 벽화인데 좀 현란하여, 부정적인 말로는 귀살스럽다고 할 수도 있고 더 심하게는 귀신더버기라고 할 사람도 있을 듯하다. 날이 궂거나 어스름이 내릴 때, 혹은 어두운 밤에는 지나가기에 좀 무서울 것도 같다. 그런만큼 빛나는 낮에는 화려한 색채가 아름답다. 길버트 오설리반 : Alone Again

대구 이월드 벚꽃이 절정

다시 벚꽃의 계절. 이번엔 대구를 갔습니다. 이제 전국 어디나 벚꽃 명소 아닌 데가 없으니, 집에서 가까운 청풍호수도 화려한 벚꽃의 으뜸을 자랑하고 괴산 읍내에도 조촐하지만 벚나무 가로수가 있어 그 정취가 그만이지만. 사람 심리가 그래도 집에서 어느 정도는 멀리 가야 여행이라는 기분을 느끼니 올 벚꽃은 유명한 대구의 E월드에서 맞습니다. 워낙 짧은 개화기간이라 한 주 전엔 덜 피었고 담 주엔 다 져 버릴 것이기에 아주 제때 잘 찾아간 것 같습니다. ‘E월드벚꽃’이라 하지만 E월드는 놀이공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월드'지만 어른들에겐 그닥 재미는 없습니다. 그래도 한번쯤은 여유롭게 산책하며 둘러볼 만한 공원이기도 합니다. (이랜드의 계열사라 공연히 걸쩍지근한 기분이 들고) 벚꽃을 목적으로 간다면 이월드에 ..

공곶이 노란꽃 수선화

참 멀기도 한 거제도, 그러고도 그 끝. 해남에 땅끝이 있어 뭍의 최남단이라 하지만 거제도 공곶이로 가기가 훨씬 시간이 걸린다. 꼭 목적지가 아닌, 가는 노정이 더 행복한 여행길인 것이다. . 봄 가득한 들판 저쪽에서 불어오는 훈풍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그렇다. 샛노란 수선화가 있는 풍경. 유명세는 있지만 그 명성만 듣고 허위허위 들르면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아기자기 예쁘게 꾸민 정원도 아니다. 노부부가 오래전부터 취미로 가꾼 수선화를 혼자 보기 아까워 대중에게 개방했다 한다. 그간은 알려지지 않은 은둔의 숲이었다가 2005년 상영 영화 의 촬영지로 알려져 관광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새초롬한 수선화가 있는 풍경. 유명세는 있지만 그 명성만 듣고 허위허위 들르면 약간은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