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앗머리가 구순하긴 하긴 하지만. 흔한 ‘현실남매’ 같은 가풍은 아니어서 치고 받고 싸우고 못된 짓은 없이 그냥 데면데면한 형제들이다. 돌아가신 엄마가 평생을 자랑처럼 말한 게 우리 애들은 한번도 싸우질 않아서 그게 난 제일 좋아. 싸우질 않으니 정도 그리 깊지는 않을 터, 다 장단점이 있겠지. 부모님이 계시면 그 덕에 강제로라도 모여서 얼굴 보고 음식 먹고 하였지만 이후로는 구심점이 없으니 모일 명분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선견지명일까. 우리 형제들은 언제부턴지 연말이면 한번씩 모이기로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는데 이제껏 잘 지켜 왔다. 처음엔 번갈아 가면서 누구 집에서 개최를 했지만 나이가 먹고 움직이기 벅찬 연륜이 되니 그것도 만만하지가 않다. 이제는 누구 집이 아닌 여행지에서 하루 숙박하면서 지내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