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물처럼 맹렬하게 불갑초 彿鉀草 부처님의 갑옷이라는 이름의 식물. 절에 불이 났다. 아비규환 와중에 마당에 머리가 떨어져 나간 불신佛身이 뒹굴고 있는 것을 한 스님이 고이 모셔다 돌무더기에 숨겨두었다. 불교가 박해를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나중에 보니 불신 전체를 돌나물이 뒤덮고 있었다. 식물 ..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24
뚱딴지 같은 돼지감자 가을에 거둔 곡식 묵나물과 열매, 땅 속에 묻어둔 무 배추도 겨울을 나면서 방내면 또 굶주림의 계절인 봄이다. 사람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원했다. 그 소원을 위해 먼 이국에서 여행 온 작물이 돼지감자였다. 돼지감자는 이른 봄에서 늦봄까지 파종을 하여 ..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19
지친다 지칭개 세상 다 살게 마련이란다. 살아본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니 당연히 진리인지는 알지만 봄나물이 나올 무렵이면 그 진리가 참인 줄 절감하리라. 겨울을 근근이 보내고 더는 못 버티겠다고 쓰러지다가 해토머리에 누렇게 마른 잎들을 비집고 풀들이 올라온다. 경칩부터 단오까지 시기..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16
초롱 이름을 지어 붙일 때는 엄청 고심을 했을 거다. 엄마아빠가 아기의 이름을 지을 때도 그렇고, 인터넷상 아이디를 지을 때도 아무케나 찍어다 붙이진 않을 게다. 고심고심 머릴 짜내서 만들어낸 게 현재의 이름일 거다. 초롱꽃. 그냥 초롱꽃이겠거니 하지 왜 초롱꽃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12
영주 곰네미 숲길 지금은 초록과 녹음의 세계. 숲 나에게로 오라. 웰컴 투 마이 월드 숲에 서면 작은 몸살들이 햇살에 나무 등껍질로 떨어지고 자유의 숲에서 무거운 일들은 잠시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훌훌 가벼움을 만끽하자 별이 옅어졌다 다시 뜨듯 주기따라 이는 마음이 있어 오늘은 꿈꾸는 숲에 머물..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11
노란 금계국이 만발하니 여름이구나 시간은 서서히 흘러가니 봄과 여름의 경계가 어느 때인지를 알지 못하지마는, 뻐꾹 뻐꾹 여름 오네 뻐꾸기소리 첫여름 인사 하는 노래도 있지마는. 내 나름의 구분을 짓는 지표가 있다. 샛노란색, 화사하면서도 강렬한 색채의 금계국이다. 이 노란 꽃이 보이기 시작하면 깔축없는 여름이..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04
가을의 여인 층꽃나무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상식으로 보는 시선은 작고 여린 풀이지만 정체는 나무다. 한 여름 피었다가 씨만 남기고 사라지는 허무한 삶이 아니라 강인한 몸체로 겨울을 버텨 이듬해도 그 다음 해도 삶을 영위하는 어엿한 나무. 여름이 끝나갈 무렵 피기 시작해 첫 추위가 오기 전.. 서늘한 숲/숲에서 2018.05.23
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엄마는 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른 봄, 인간의 서식처 가까운 산과 숲은 이런 광경이 벌어지곤 한다. 맛이 그닥 특출하지도 않고 몸 건강에 특효라는 어떤 근거도 없건만 인간들은 고로쇠 몸에다 구멍들을 뚫어 .. 서늘한 숲/숲에서 2018.05.13
일본목련 흙사랑 정원에 큰 나무가 하나 있다. 지난 가을 스럭스럭 낙엽이 지는 것을 보고 마로니에라는 걸 알았다. 여기저기 떨어진 열매는 밤과 똑같다. 밤인 줄 알고 먹는다면 큰 사달이 난다. 맹독이 있다고 한다. 이 나무 그늘에 간이휴게공간이 있어 동료들이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핀다. 올 .. 서늘한 숲/숲에서 2018.05.10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미선나무 궁녀 미선은 왕세자의 눈에 들어 그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안 왕이 둘을 떼어내려 했으나 왕자는 말을 듣지 않았다. 왕은 화가 나서 미선을 먼 변방으로 보내 버렸고 그녀는 관기가 되었다. 헤어질 때 왕자는 꼭 미선을 궁으로 부르마 약조를 했지만 이미 천한 몸이 된 그녀는 모.. 서늘한 숲/숲에서 2018.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