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 같은 돼지감자 가을에 거둔 곡식 묵나물과 열매, 땅 속에 묻어둔 무 배추도 겨울을 나면서 방내면 또 굶주림의 계절인 봄이다. 사람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을 원했다. 그 소원을 위해 먼 이국에서 여행 온 작물이 돼지감자였다. 돼지감자는 이른 봄에서 늦봄까지 파종을 하여 ..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19
지친다 지칭개 세상 다 살게 마련이란다. 살아본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니 당연히 진리인지는 알지만 봄나물이 나올 무렵이면 그 진리가 참인 줄 절감하리라. 겨울을 근근이 보내고 더는 못 버티겠다고 쓰러지다가 해토머리에 누렇게 마른 잎들을 비집고 풀들이 올라온다. 경칩부터 단오까지 시기..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16
초롱 이름을 지어 붙일 때는 엄청 고심을 했을 거다. 엄마아빠가 아기의 이름을 지을 때도 그렇고, 인터넷상 아이디를 지을 때도 아무케나 찍어다 붙이진 않을 게다. 고심고심 머릴 짜내서 만들어낸 게 현재의 이름일 거다. 초롱꽃. 그냥 초롱꽃이겠거니 하지 왜 초롱꽃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12
영주 곰네미 숲길 지금은 초록과 녹음의 세계. 숲 나에게로 오라. 웰컴 투 마이 월드 숲에 서면 작은 몸살들이 햇살에 나무 등껍질로 떨어지고 자유의 숲에서 무거운 일들은 잠시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훌훌 가벼움을 만끽하자 별이 옅어졌다 다시 뜨듯 주기따라 이는 마음이 있어 오늘은 꿈꾸는 숲에 머물..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11
노란 금계국이 만발하니 여름이구나 시간은 서서히 흘러가니 봄과 여름의 경계가 어느 때인지를 알지 못하지마는, 뻐꾹 뻐꾹 여름 오네 뻐꾸기소리 첫여름 인사 하는 노래도 있지마는. 내 나름의 구분을 짓는 지표가 있다. 샛노란색, 화사하면서도 강렬한 색채의 금계국이다. 이 노란 꽃이 보이기 시작하면 깔축없는 여름이.. 서늘한 숲/숲에서 2018.06.04
가을의 여인 층꽃나무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상식으로 보는 시선은 작고 여린 풀이지만 정체는 나무다. 한 여름 피었다가 씨만 남기고 사라지는 허무한 삶이 아니라 강인한 몸체로 겨울을 버텨 이듬해도 그 다음 해도 삶을 영위하는 어엿한 나무. 여름이 끝나갈 무렵 피기 시작해 첫 추위가 오기 전.. 서늘한 숲/숲에서 2018.05.23
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엄마는 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른 봄, 인간의 서식처 가까운 산과 숲은 이런 광경이 벌어지곤 한다. 맛이 그닥 특출하지도 않고 몸 건강에 특효라는 어떤 근거도 없건만 인간들은 고로쇠 몸에다 구멍들을 뚫어 .. 서늘한 숲/숲에서 2018.05.13
일본목련 흙사랑 정원에 큰 나무가 하나 있다. 지난 가을 스럭스럭 낙엽이 지는 것을 보고 마로니에라는 걸 알았다. 여기저기 떨어진 열매는 밤과 똑같다. 밤인 줄 알고 먹는다면 큰 사달이 난다. 맹독이 있다고 한다. 이 나무 그늘에 간이휴게공간이 있어 동료들이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핀다. 올 .. 서늘한 숲/숲에서 2018.05.10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미선나무 궁녀 미선은 왕세자의 눈에 들어 그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안 왕이 둘을 떼어내려 했으나 왕자는 말을 듣지 않았다. 왕은 화가 나서 미선을 먼 변방으로 보내 버렸고 그녀는 관기가 되었다. 헤어질 때 왕자는 꼭 미선을 궁으로 부르마 약조를 했지만 이미 천한 몸이 된 그녀는 모.. 서늘한 숲/숲에서 2018.04.15
가을이 끝나갈 무렵 해가 지면 잠을 자고 해가 뜨면 잠을 깬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리듬인 것이다.. 아직도 옷자락에서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던 장작 냄새가 난다.. 배가 고프면 끼니를 해결하고, 신호가 오면 배설의 쾌감을 즐기고.. 가마에서 팔팔 끓어오르던 물로 머리를 감고.. 불어오는 자연풍에 내.. 서늘한 숲/숲에서 2017.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