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다 살게 마련이란다.
살아본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니 당연히 진리인지는 알지만
봄나물이 나올 무렵이면 그 진리가 참인 줄 절감하리라.
겨울을 근근이 보내고 더는 못 버티겠다고 쓰러지다가 해토머리에 누렇게 마른 잎들을 비집고 풀들이 올라온다. 경칩부터 단오까지 시기에 나오는 풀은 일부 독초만 아니면 거의 다 먹을 수 있다. 단오 무렵이면 보리를 베어 먹을 수 있으니 그때까지는 이 풀들이 민초들의 주린 배를 거두어준다. 그러니 세상 다 살게 마련이지.
이 풀들 중 오늘 이야기는 지칭개다.
파랗게 새싹이 돋을 때 그 잎은 냉이랑 흡사해 나물 캐는 처녀들이 혹하고 달려들었다가 실망하고 만다는 지칭개다. 이렇듯 냉이에 비해 홀대를 받는 풀이지만 이것도 요긴하게 먹을 수 있는 나물이다.
전래동요 <나물타령>에도 어엿하게 등장하는 지칭개다.
쏙쏙 뽑아 나싱개
잡아 뜯어 꽃다지
이 개 저개 지칭개
한 푼 두 푼 돈나물
쏙쏙 뽑아 나싱개
주벅 주벅 국수쟁이
바귀바귀 씀바귀
이 개 저 개 지칭개
냉이인줄 알고 캤더니 지칭개 또 캤더니 지칭개, 지친다고 해서 지칭개라 했을랑가. 먹는 데에는 홀대를 받지만 이 풀에 약리효과가 있어 짓찧어서 상처에 바르면 잘 낫는다고 한다. 그래서 ‘짓찧은개’라는 이름이 변형됐다는 근거 없는 설도 있다. 또다른 설은 물에서 자라는 물칭개와 구별해서 지地칭개라했고, 쓴맛을 없애려고 물에 여러 번 우려내다가 지쳐서 지칭개였고, 외국인 선교사가 지나다가 밭일 하는 농부에게 풀 이름을 물으니 일에 지친 노인이 그런거까지 신경 쓰면 지칭게~~ 해서 선교사가 그렇게 불렀고, 며느리가 쓴맛을 없애려다가 밥상을 늦게 차리니 얘야 허기져 지칭개 어여 밥상 들여 오니라~ 해서 지칭개가 되었다는 등등 설이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참 지치니 그래서 지칭개던가.
같은 시기의 조뱅이랑 흡사해 이 둘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어떻게 다른지 설명은 못해도 딱 보면 구별할 수 있도록 많이 봐온 식물이다. 이맘때면 전국의 산내들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근래 항암물질이 추출되며 새로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어때요 내 매력에 빠져 지쳐 있는가요?
나는 꽃이 지고 난 뒤에 더 매력적인 거 아세요? 좀더 자유롭고 가벼워지고 싶어 솜털이 된 제 모습을 보면 또 지치실 거예요. 그 후로는 바람을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자유롭게 날아간다고요.
'서늘한 숲 > 숲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나물처럼 맹렬하게 (0) | 2018.06.24 |
---|---|
뚱딴지 같은 돼지감자 (0) | 2018.06.19 |
초롱 (0) | 2018.06.12 |
영주 곰네미 숲길 (0) | 2018.06.11 |
노란 금계국이 만발하니 여름이구나 (0) | 2018.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