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미선은 왕세자의 눈에 들어 그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안 왕이 둘을 떼어내려 했으나 왕자는 말을 듣지 않았다.
왕은 화가 나서 미선을 먼 변방으로 보내 버렸고 그녀는 관기가 되었다. 헤어질 때 왕자는 꼭 미선을 궁으로 부르마 약조를 했지만 이미 천한 몸이 된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변방에서 왕자를 그리워만 하다 진을 다해 죽고 말았다. 그녀가 묻힌 자리에서 나무가 자라 꽃을 피웠는데 사람들이 미선나무라 이름 지었다.
국민학교 때 천연기념물을 공부하면서 괴산의 미선나무를 배웠다.
괴산에 와서,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후 비로소 그 꽃을 보았다. 그것도 철이 다 지나 꽃잎들이 다 떨어지고 몇 되지 않는 늦은 꽃이었다. 성불산 자연휴양림 내에 미선나무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차가운 봄비가 내리고 그나마 몇 안 남은 꽃들도 시르죽어 생명을 마치고 있는 중이었다.
미선은 尾扇이다. 부채의 꼬리라는 의미다. 꽃 지고 열리는 열매가 부채 모양이다.
괴산과 그 인근에서만 자생한다고 해서 식생에 특별한 조건이 있는 걸로 추측했지만 실은 전국 어디서도 자라는 식물이라 한다. 그럼에도 여태껏 유독 괴산에서 많이 관찰된 이유는 알 수 없으며 연구 중이라 한다.
보통 흰색이 주류를 이루고 분홍색 꽃도 있다. 나무줄기와 잎이 흔히 보는 개나리와 비슷하다. 만약 개나리인 줄 알았는데 흰색 꽃이 피는 것을 본다면 그것이 미선나무다. 꽃이 개나리보다 작다.
봄비를 맞으며 미선나무 꽃의 청춘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 꽃말이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고 하는데 빗속의 그것은 사람을 더욱더 처량하고 슬퍼지게 만든다. 타인의 슬픔을 대신해 스스로 슬픔을 감내하는 성인이라 하겠는가.
빗속의 성불산
멘델스존 피아노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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