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기 생각해 보면 악한 마음이 없으면 사람과 짐승도 의심과 경계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우리에게 독기가 없는 것을 그들은 그냥 느낌으로 안다. 그러기에 같은 공간 안에서 역시 인연을 맺고 지내는 것이다. 풀가실의 야생 산토끼도 역시 사람의 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선하면 결코 악.. 서늘한 숲/숲에서 2015.12.14
나는 굼벵이다 여러 해를 땅속의 굼벵이로 살다가 우화를 해서는 기껏 2주 정도 매미로 산다고, 사람들은 그의 짧은 인생을 가여워도 하고 오랜 기다림을 칭송도 한다. 매미의 정체는 굼벵이가 아닐까. 그의 일생은 땅의 인생이다. 다만 자손을 낳기 위해 잠깐 매미로 변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생을 마.. 서늘한 숲/숲에서 2015.09.07
정글의 법칙 이 TV프로그램은 기획의도가 뭐지? 남의 나라 숲에 가서 체험하는 건 좋다 치지만 허구헌 날 죄없는 동물들은 왜 잡아 먹는 거냐. 그래야 정글체험 그림이 되는 거냐. 귀하고 소중한 생명을 유린하고 학살하는 권한이라도 있나. 오로지 방송을 위해서... 언젠가는 인간에게 참혹한 재앙이 .. 서늘한 숲/숲에서 2015.09.01
숲을 나와 바다를 건너자 차를 운전하고 달리다 보면 나비가 창유리로 달려들어 세게 부딪고는 공중분해 된다. 유리에 미세하게 남긴 날갯가루가 그가 세상에 왔었다는 유일한 흔적이다. 실은 나비가 달려든 게 아니다. 그는 단지 날고 있었다. 내가 달려가 그를 해한 것이다. 어디 나비뿐이랴. 로드킬 문제는 우.. 서늘한 숲/숲에서 2015.08.16
누리장나무 오랫동안 산속 생활을 하다 보면 사는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가 생기기 마련, 그 중 먹는 것이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 고운동 김처사님은 이 부분에서 짜장'산사나이'다. 각종 나물을 잘 알아 사시사철 먹을거리 걱정은 안 하실 거다. 처사님이 갖다 준 나물로 밥을 했는데 엄청 쓰다. 혹 처.. 서늘한 숲/숲에서 2015.06.18
박탈된 자유 내 오두막에서 쳐다보면 산 능성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그 산마루 어디에 눈알 하나가 골짜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카메라다. 용도는 산불감시용이라지만 놈이 감시하는 건 실상은 나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는 것부터 저녁에 물 길어 오는 것, 빨래와 설거지, 외출했다가 돌아오.. 서늘한 숲/숲에서 2015.02.27
산이 텅텅 비인 날에는 바람만 불어도 울고 싶어라 세상 살아가는 거 뭐 별게 아니올시다. 인생이라는 거 삶이라는 거 뭐 별게 아니올시다. 사랑이라는 거 이별이라는 거 뭐 별게 아니올시다. 그런데도 뭐 별게 아닌데도 이별은 죽음보다도 더 슬프고 사랑은 생명보다도 더 깊어라. 그리움은 화두 되어 뼈에 박히고 지난날은 사리보다 더 .. 서늘한 숲/숲에서 201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