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돌나물처럼 맹렬하게

설리숲 2018. 6. 24. 12:15





불갑초 彿鉀草

부처님의 갑옷이라는 이름의 식물.

절에 불이 났다. 아비규환 와중에 마당에 머리가 떨어져 나간 불신佛身이 뒹굴고 있는 것을 한 스님이 고이 모셔다 돌무더기에 숨겨두었다. 불교가 박해를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나중에 보니 불신 전체를 돌나물이 뒤덮고 있었다.

 

식물 가운데서도 가장 자생력이 강한 돌나물이다. 이름처럼 돌에서도 왕성하게 자라는 대단한 생명력이다. 싹이 한번만 나왔다 하면 좀처럼 인간이 억제하지 못할 정도로 맹렬하게 개체군을 늘린다. 돋는다는 뜻의 돋나물로도 불리었지만 정식 이름은 돌나물이다.

도처에 너무 흔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돌나물의 이런 맹렬한 삶을 좋아한다. 천대를 받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 스스로의 목적을 향해 진격하는 힘찬 기백의 돌나물처럼.

굴하지 않는 영령한 자연인으로 살고 싶다.








맥플라이 : All Ab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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