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228

제주 비자림

제주 비자림, 한여름인데도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어둑신하게 우거진 숲속이라 사진이 선명하게 안 찍혔다. 사실 비자나무 말고는 그닥 볼거리는 없다. 입장료가 3천원이다. 여타 다른 수목원들을 생각하고 들어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좀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지금은 코로나블루의 암울한 시절. 서늘한 원시림 숲길을 걷는 것에서 심신을 치유한다면 괜찮은 방문지다. 샤브리에 : 목가

영양 자작나무 숲

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을 본 눈에 이곳의 자작나무숲은 성에 차지 않았다. 굳이 장점을 부각한다면 원시림에 가깝게 인공의 손을 거의 대지 않았다는 것이겠다. 여북하면 이 숲을 찾아가는 길이 그리도 험한지. 겨우 겨우 들머리를 찾아 좁고 가파르고 구불구블한 비포장도로를 30여분 간 허위허위 오른다. 도중에 차 한 대 마주치는 경우는 종잇장처럼 얇은 틈을 비켜 지나가야 한다. 두 번을 그렇게 아슬하게 넘겼다. 그나마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 탐방객이 많지 않으니 다행이다. 영양에서는 이곳을 새로운 관장지의 명소로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좀더 지나면 인프라가 구축될까 모르겠다. 뭔지 몰라도 입구 쪽에 공사가 진행 중이긴 하다. 지금은 멀리서 시간과 비용 들여 찾아가긴 미흡해 보인다. 그래도 일단 숲에 들면 말 그대로..

자귀나무 꽃

참으로 독특하게 생긴 꽃이다. 꽃잎이 없고 털 같은 술만으로 이루어진. 꽃과 잎 공히 수많은 식물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닮지 않은 고유의 식물. 화려한 분홍의 색이 처연하게 느껴지는 건 예전 읽었던 운흥길의 소설 때문이리라. 소설 속에서 작가는 자귀나무꽃을 합환화(合歡花)로 쓰면서 묘한 에로티시즘의 뉘앙스를 전해준다. 실제로 예전부터 합환목이나 합환수로 불렀고 야합화 야합수(夜合樹)로도 불렸다. 분홍의 저 꽃잎을 밤이면 오므려서 그 모양이 마치 남녀가 서로 껴안고 밤을 보내는 것 같아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아무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묘한 느낌의 나무요 꽃이다. 목하 전국에 지천으로 자귀나무꽃이 만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