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자림 제주 비자림, 한여름인데도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어둑신하게 우거진 숲속이라 사진이 선명하게 안 찍혔다. 사실 비자나무 말고는 그닥 볼거리는 없다. 입장료가 3천원이다. 여타 다른 수목원들을 생각하고 들어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좀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지금은 코로나블루의 암울한 시절. 서늘한 원시림 숲길을 걷는 것에서 심신을 치유한다면 괜찮은 방문지다. 샤브리에 : 목가 서늘한 숲/숲에서 2020.09.27
영양 자작나무 숲 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을 본 눈에 이곳의 자작나무숲은 성에 차지 않았다. 굳이 장점을 부각한다면 원시림에 가깝게 인공의 손을 거의 대지 않았다는 것이겠다. 여북하면 이 숲을 찾아가는 길이 그리도 험한지. 겨우 겨우 들머리를 찾아 좁고 가파르고 구불구블한 비포장도로를 30여분 간 허위허위 오른다. 도중에 차 한 대 마주치는 경우는 종잇장처럼 얇은 틈을 비켜 지나가야 한다. 두 번을 그렇게 아슬하게 넘겼다. 그나마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 탐방객이 많지 않으니 다행이다. 영양에서는 이곳을 새로운 관장지의 명소로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좀더 지나면 인프라가 구축될까 모르겠다. 뭔지 몰라도 입구 쪽에 공사가 진행 중이긴 하다. 지금은 멀리서 시간과 비용 들여 찾아가긴 미흡해 보인다. 그래도 일단 숲에 들면 말 그대로.. 서늘한 숲/숲에서 2020.09.03
자귀나무 꽃 참으로 독특하게 생긴 꽃이다. 꽃잎이 없고 털 같은 술만으로 이루어진. 꽃과 잎 공히 수많은 식물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닮지 않은 고유의 식물. 화려한 분홍의 색이 처연하게 느껴지는 건 예전 읽었던 운흥길의 소설 때문이리라. 소설 속에서 작가는 자귀나무꽃을 합환화(合歡花)로 쓰면서 묘한 에로티시즘의 뉘앙스를 전해준다. 실제로 예전부터 합환목이나 합환수로 불렀고 야합화 야합수(夜合樹)로도 불렸다. 분홍의 저 꽃잎을 밤이면 오므려서 그 모양이 마치 남녀가 서로 껴안고 밤을 보내는 것 같아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아무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묘한 느낌의 나무요 꽃이다. 목하 전국에 지천으로 자귀나무꽃이 만발해 있다. 서늘한 숲/숲에서 2020.08.06
제이드가든 바야흐로 여름의 절정으로 치닫는 계절. 초록의 수목들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정열의 나날들이다. 온갖 생명들이 발산하는 에너지의 향연 숲. 춘천 제이드가든. 이곳 뿐이 아니라 세상은 시방 숲의 정령이 강림해 있다. 히야신스 같은 청초함이여! 글룩 : 정령들의 춤 서늘한 숲/숲에서 2020.06.24
물푸레나무 가지를 꺾어 물에 담가 보면 수액이 나와 물이 푸르러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이 물푸레나무다. 한번도 실험해 본 적은 없다. 유년시절에 송아지가 커서 중소가 되면 코청을 뜷어 고삐를 매는 것을 보았다. 자유롭게 뛰놀던 소는 코뚜레를 장착 당함으로써 영원히 속박된 삶을 시작한다... 서늘한 숲/숲에서 2019.12.26
붉은머리오목눈이, 니들이 내 가랭이 찢어진 걸 봤어? 외모로 인해 오랫동안 혐오와 멸시를 받고 있는 뱀. 딱히 큰 잘못을 한 것도 없는데 인간은 그들을 미워한다. 또 다른 억울한 종족 중의 하나가 바로 뱁새. 녀석들이 황새를 쫓아 갈 이유도 없고 그런 적도 없다. 더구나 가랑이를 찢어먹은 적도 없다. 인간들은 멀쩡히 제 방식대로 잘 살고.. 서늘한 숲/숲에서 2019.12.10
거제수나무 특이한 수피의 거제수나무. 어릴 때 소꿉놀이하듯이 아이들은 가끔 학교놀이를 하곤 했다. 그때 거제수나무 껍질을 벗겨 공책으로 썼다. 글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그어대는 참으로 유아틱한 놀이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그 순진무구한 시절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니었을까. 서늘한 숲/숲에서 2019.11.30
어치 눈앞에 느닷없이 날아와 앉는 새. 어치다. 도시의 비둘기 말고 이렇게 가까이 있는 새는 처음이다. 카메라를 꺼내 초점을 맞춘다. 내 존재와 인기를 감지했을 텐데도 그대로 있다. 피사체가 너무 가까워도 포커스가 잘 안 맞는다. 혹시 날아가 버릴까 되는대로 셔터를 눌러 버렸다. 다행히.. 서늘한 숲/숲에서 2019.11.23
미륵산 현호색 얼레지 미륵도에 놀러 갔다가 일행들은 케이블카를 탄다고 하고, 예전부터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나는 홀로 미륵산 숲속엘 들어갔다. 따스한 봄빛이 가득한 숲에 바야흐로 생명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현호색 얼레지 여적지 살면서 얼레지를 직접 본 건 처음이다. 미륵산 숲은 온통 .. 서늘한 숲/숲에서 2019.03.13
쇠딱따구리 예술의전당 송년음악회로 제야의 밤을 보내고 이튿날 박달산에서 새해 첫 저녁노을을 볼 요량이었다. 집에서 보면 저만치 늘 보이는 박달산이다. 유명세는 없어도 힘차게 뻗어 내린 그 자태가 자못 옹골차고 헌거로운 산이다. 괴산에 온 지 1년이 훌쩍 넘도록 가까이 쳐다보기만 했지 한.. 서늘한 숲/숲에서 2019.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