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228

보랏빛 촛불들, 맥문동

맥문동(麥門冬) 이름은 뿌리에 보리와 흡사한 수염이 있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다는 데서 지어진 이름이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큰나무 그늘이 서식처다. 인고(忍苦)의 상징은 인동이다. 맥문동도 역시 인고의 풀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동토의 땅에 꽃은 스러졌어도 잎은 푸르게 남아 한세월 질긴 생명력을 보인다. 이와 같은 맥문동은 성질이 찬 식물이다. 맥문동 꽃 박현자 간밤에 아무도 몰래 서로 交信을 했나? 외줄기 시원한 매미소리를 신호로 일제히 받쳐 든 보랏빛 촛불들! 미처 빗질하지 못해 헝클어져 누운 짙푸른 잎새 사이로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꼿꼿하게 피워 올린 보랏빛 아련한 꽃송이들은 비록 큰 나무 그늘에서 초라하게 살지만, 나름대로 올곧은 심지로 추구하는 꿈이 있음을 無言으로 말해 주는 듯.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