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서울 예찬

설리숲 2014. 4. 4. 01:02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

  쇼윈도 그라스엔 눈물이 흘렀다

  이슬처럼 꺼진 꿈속에는 잊지 못할 그대 눈동자

  샛별같이 십자성같이 가슴에 어린다

  보신각 골목길을 돌아서 나올 때엔

  찢어 버린 편지에는 한숨이 흘렀다

  마로니에 잎이 나부끼는 이 거리에 버린 담배는

  내 마음 같이 그대 마음같이 꺼지지 않더라

  네온도 꺼져 가는 명동의 밤거리엔

  어느 님이 버리셨나 흩어진 꽃다발

  레인코트 깃을 올리며 오늘 밤도 울어야 하나

  베가본드 맘이 아픈 서울 엘레지

 

 

 서울에 나서 서울에서 자란, 한때 사랑했던 그녀는 지독한 종로예찬론자였다. 성인이 되고도, 또 결혼할 나이가 훨씬 지난 시절에도 종로의 어디쯤에 있거나 그 어디서 커피와 술을 마셨다. 나와 만나 데이트를 해도 종로를 많이 데리고 다녔었다.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서울은 사람도 많고 공기도 탁해 살 곳이 아니라고. 삭막하고 각박한 서울을 떠나고 싶다고.

 한데 여전히 서울은 만원이고 떠나고 싶다는 그들은 여전히 서울을 부여안고 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여전히 서울은 그들에게 살기 좋은 곳이다. 서울이 살기 나쁜 곳이라면 진작 인구가 감소해 버렸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떠나고 싶지 않은 매력적인 곳이다.

 나 역시 서울이 좋다. 다른 사람들은 서울 근처에만 가도 매캐한 매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다는데 나는 전혀 느끼질 못하겠다. 오히려 도시 곳곳에 푸르고 울창한 숲과 나무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오랜 전통과 역사, 그리고 최첨단 문명이 공존하고 있는 매력적인 곳.

 숲에서 나와 도시에서 산다면 나는 서울에서 살 것이다.

 서울을 다니면서 늘 생각하는 것, 이런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울특별시의 시장으로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리보다도 더 영예롭고 성취감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종로를 걸었다. 며칠을 여름처럼 무덥더니 비가 내렸다. 비 그치자마자 꽃잔치가 시작되고 있었다. 예년보다 2주일이나 빠르다고 한다.

 종로는 광화문 앞에서부터 신설동 교차로까지 약 4Km 정도의 대로다.

 나도 그녀처럼 종로가 좋다. 서울에서도 사대문안의 거리풍경이 좋다. 충무로 종로 을지로 청계천 명동, 그리고 고풍의 미를 간직한 고궁들.

 

 이 노래 <서울야곡>의 엑조틱한 느낌이 좋다. 모던한 가사도 좋다. 고 현인 선생이 불렀던 원곡도 역시 탱고였고 전영의 리바이벌도 탱고다. 옛날 어느 때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런 사조가 유행했었다. 박인환을 위시한 모더니즘 문학이 시대를 풍미했고 대중음악도 그러했다. <아메리카 차이나타운>이니 <슈샨보이>니 <황혼의 엘레지> 등 가사 뿐 아니고 멜로디나 리듬이 다분히 이국을 선망하는 조류였다.

최양숙의 황혼의 엘레지의 가사는 이렇다.

“마로니에 나뭇잎에 잔별이 지면 정열에 불타던 첫사랑의 시절 영원한 사랑 맹세하던 밤 아 흘러간 꿈 황혼의 엘레지”

 

<서울야곡>에 어떻게 탱고를 쓸 생각을 했을까. 그런데 이 이국적인 탱고 가락이 전혀 생경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오히려 탱고가 아닌 다른 리듬을 썼다면 전혀 매력이 없을 것이다. 서울의 사대문안을 거닐며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 참말 탱고가 이곳과 묘하게도 어울린다고 감탄하곤 한다.

 

화려한 봄이 시작되었다.

이 서울은 두고두고 감상해도 화수분처럼 새로운 매력이 솟아나는 아름다운 도시다.

 

 

 

 

 인사동 골목

 

 

 청계천

 종묘

 

 

 보신각이 있어 '종로'라는 이름을 얻었다

 명동거리

 

 명동성당

 이번엔 내가 직접 모델이 되었다

 

 

                                                  유호 작사 현동주 작곡 전영 노래 : 서울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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