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바다를 동경한다. 깊은 산골 태생인 내게 그는 늘 신비스러운 경외의 대상이다. 드넓은 무한의 세계. 거침없이 달리는 바람. 수려한 산협에 머물고 싶지만 때로는 광활한 바다를 꿈꾼다. 이름도 예쁜 세화 해변. 제주 북동부의 아름다운 바다. 몹시 춥고 냉랭한 날이었다. 외로운 여행자를 날려버릴 듯이 진종일 세찬 바람이 불어댔다. 옷차림이 허술해 따뜻한 방이 그립기도 했다. 맹렬한 바람은 미웠지만 맑은 날씨 덕에 바다는 내내 짙은 코발트 빛이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멋진 색이었다. 내 이름 불러줄 아무도 없는 이 땅 끝에서 나는 들불처럼 외로웠다 나를 스쳐간 바람은 빈들을 건너며 하루의 허무를 흔들고 가지만 바람길에 갈리는 먼 길 그 막막함이여 한기팔 중에서 한 쌍의 예비부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