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행길에 포구를 지날 때 굴을 까는 할머니들을 보게 되는데 팍팍한 삶의 애환을 느끼곤 한다.
굴 까는 작업장을 박신장이라 한다. 시설이 좋은 곳은 번듯한 건물에 난방도 잘 되지만, 지붕과 벽만 허술하게 막았을 뿐 살을 에는 겨울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열악한 박신장이 많다.
평소에는 내가 하는 일이 천하게도 여겨지고 어렵다고 불만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 이런 고달픈 노동의 현장을 보면 나의 배부른 소리임을 자각하곤 한다.
여행에서 배우는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배우고 자각하는 것.
물론 돌아와 생업에 들어가면 금세 망각하여 도로아미타불 반복이지만.
추운 요즘이 제철인 굴.
보령 수룡포구에 천북굴단지가 있다.
나도 어지간히 굴 좋아한다.
굴전에 탁주 한잔 들이켜면 와우!
생굴회 굴밥 굴구이 굴찜 굴라면 굴칼국수 굴물회 굴전 굴무침 굴보쌈 등 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음식을 망라한다.
굴단지 가까운 곳에 있는 천북청보리밭은 봄이면 관광객이 몰려드는 핫플레스다.
원래는 목장이었다가 폐하고 지금은 관광수입으로 운영하고 있다.
언덕 위의 건물은 축사였던 것을 그대로 리모델링한 카페다.
카페 이름은 靑寶利 (청보리)
아직 봄은 멀고 한겨울이지만 보리는 파랗게 깔려 있어 제법 그림이 좋다.
보리밭 풍경을 보니 봄이 저만치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설레기도 한다.
그리고 선사시대 공룡이 걸어다닌 발자국이 있다는 학성리 앞바다 섬.
물때가 안 맞아 섬에는 못 건너고 왔다.
로라 피지 : Let There Be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