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이 수선스럽기에 창을 열어 보니 활짝 벙근 모과꽃이 함초롬히 비를 맞고 있다. 연한 새순 돋을 때 보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새 저토록 무성한 잎새에다 꽃이 피어 있는 것이다. 한동안 가물어 대기가 부옇더니 이제 말끔해졌을 것이다. 오늘 같은 비 오는 날은 그냥 동네 골목이나 한번 걸어볼 요량으로 우산을 받쳐 들고 나섰다. 문을 나서면 바로 사이길, 즉 ‘사과나무 이야기 길’이다. 몇몇 지역과 더불어 충주는 사과의 명산지다. 사과를 테마로 하여 내가 사는 골목을 포함한 산책길이 있다. 이곳으로 이사하고 꽤 여러 날이 지났지만 오늘에야 처음 나서는 길이다. 1912년 지금의 용운사 근처에 몇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은 게 충주 사과의 시작이라 한다. 계단 끝 두 그루 모형 사과나무에서 ‘사이길’ 산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