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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투어 전주] 우아동 모텔촌

모텔촌에 눈이 내린다. 조금은 이색적이면서 낭만적이기도 한 풍경이다. 어느 창문 올려다보고 ‘창문을 열어 주오’ 하는 세레나데를 목청껏 불러도 그럴듯한 장면이 될 듯한 분위기다. 전주에 있는 옛 아중역 앞은 모텔촌이다. 여기에 모텔촌이 형성된 연유는 모른다. 예전에 기차를 타고 전주에 거의 다 와 가는데 휘황한 불빛의 창밖 풍경에 탄성을 질렀더니 나중에 우아동 모텔촌임을 알았다. 이곳은 워낙 모텔이 많아 예약을 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모두 깨끗하고 고급이면서도 비싸지 않아 어느 집을 들어가도 만족스럽다. 폐역된 아중역은 지금은 레일바이크를 운영한다. 평일이고 눈이 와서인지 사람이 하나도 없다. 눈 내리는 아중호수는 무채색이다. 겨울이 깊으면 봄이 가깝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다..

충무김밥

충무김밥. 지금은 대중화되었지만 그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이 김밥이 탄생한 유래는 다 알다시피 뱃사람들의 도시락이었다고 한다. 김밥은 금방 쉬어 버리니까 김에 맨밥만 만 일종의 아이디어 음식. 통영에서 시작된 김밥. 충무김밥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 유명한 국풍‘81이었다. 쿠데타로 국가를 전복한 전두환 정권이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주최한 닷새간의 어용관제축제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동원된 사람들이었지만 아무튼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대규모 국풍축제였다. 주관한 KBS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이 행사를 다루는데 할애앴다. 그 축제현장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선을 보인 게 충무김밥이었다. 뚱보 할머니라 불리던 어두이 씨(魚斗伊, 당시 63세)를 모셔 와서 천막 김밥집을 차려놓고 선보였는데 700인분이 3시..

운탄고도 만항재에서 새비재까지

평생 볼 눈을 이틀 동안에 다 보았다. 이 길은 돠연 다른 계절 아닌 겨울이어야 한다. 후기는 그닥 쓸 게 없다. 감동적이면 그냥 가슴으로만 느끼지 차마 표현이 안되는 것이다. 빠르게 내린 어둠. 서편 능선으로는 붉은 노을이 시시각각 자연의 쇼를 연출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면 동편 능선으로 ‘여기 봐라 나도 있다’ 둥근달이 시나브로 떠오르고 있다. 앞에는 노을 뒤에는 보름달. 이런 신비한 우주쇼라니! 이 세상 현실 같지 않은, 공상영화에서 가끔 보던 환상의 공간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날리네 아직도 겨울 바람이 부는 바람 끝에 시린 내 사랑이 매달리고 눈시울은 차가운 바람에 촉촉이 젖어 있네 소리없이 게절은 시간 따라 흐르는데 운명 같은 내 사랑은 바람에 흔들리네 차가운 바람, 겨울바람이 내마음 시리도록..

굴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천북굴단지

가끔 여행길에 포구를 지날 때 굴을 까는 할머니들을 보게 되는데 팍팍한 삶의 애환을 느끼곤 한다. 굴 까는 작업장을 박신장이라 한다. 시설이 좋은 곳은 번듯한 건물에 난방도 잘 되지만, 지붕과 벽만 허술하게 막았을 뿐 살을 에는 겨울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열악한 박신장이 많다. 평소에는 내가 하는 일이 천하게도 여겨지고 어렵다고 불만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 이런 고달픈 노동의 현장을 보면 나의 배부른 소리임을 자각하곤 한다. 여행에서 배우는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배우고 자각하는 것. 물론 돌아와 생업에 들어가면 금세 망각하여 도로아미타불 반복이지만. 추운 요즘이 제철인 굴. 보령 수룡포구에 천북굴단지가 있다. 나도 어지간히 굴 좋아한다. 굴전에 탁주 한잔 들이켜면 와우! 생굴회 굴밥..

제주 레몬뮤지엄

11~12월의 제주는 어딜 가든 감귤 천지다. 제주는 도보여행이라야 제맛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 노란 과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알고 일부러 찾아간 건 아니고 다른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이란 간판이 있어 들어갔다. 이름은 뮤지엄이지만 정체는 카페다. 그래도 농장 안에는 레몬 트리가 한가득이다. 아직은 덜 익은 푸르스름한 레몬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레몬은 먹기만 했지 나무에 달린 건 처움 본다. 이쁘다. 레몬 뿐 아니라 이름만 들은 라임나무도 있다. 뜻밖의 풍물을 보게 되니 몹시 기쁘다. 여행의 즐거움은 이런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문득 만나게 되는 풍광들. 귤나무만 아니라 뮤지엄 농장에는 진귀한 가금들과 군데군데 꽃들도 만발해 있다. 칠면조 공작 등의 새들이 우리 밖으로 나와 자유롭..

제주 휴애리

제주도는 여름에 가면 여름만 있는데 겨울에 가면 사계절이 다 있는 독특한 여행지다. 그래서 그렇게들 몰려 가겠지. 나 사는 동네와는 다른 이국적인 풍광들을 즐기러. 신례리에 있으면서 이름이 왜 휴애리인지 모르지만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이런 제주의 사계가 모두 들어와 있다. 바람도 없고 포근한, 햇살 많이 쏟아지던 날. 코나 : 그녀의 아침

마라도 바다 끝

이건 정말로 처음이자 마지막인 장소다. 마라도는 여느 섬보다 특별히 풍광이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토의 최남단이자 ‘바다 끝’이라는 상징성으로 한번은 꼭 다녀오리라 벼르던 곳이다. 그러므로 이제 그 바다 끝에 서서 먼 수평선 바라보고는 뒤를 돌아볼 여유를 갖는다. 더 이상은 앞으로 나갈 수 없어 왔던 길을 되밟아 나가는 막다른 길이었다. 길은 어디나 열려 있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겠다. 되돌아 걸으면서 자신 지나온 인생을 뒤돌아보라는 시간의 배려와 충고로 알면 그 또한 고맙고 뿌듯한 일이다. 이쯤이면 그럴 나이가 됐다는 생각도 든다. 단지 외지고 작은 섬이려니 짐작했더니 이렇게 번화가도 있다. 성당과 교회가 있고 사찰이 있다. 그 외에는 섬은 공간과 억새뿐이다. 그리고..

[도시투어] 판교테크노밸리

백수가 되었다. 괴산생활을 청산하고 충주로 옮겼다. 가까운 이웃 동네지만 환경은 천지 차이다. 깡시골에서 도심 한가운데로의 이동이다. 이렇게 또 한번 터닝포인트가 된다. 새로 개통한 중부내륙선 철도는 그간은 부발과 충주 구간만 운행했는데 12월 28일부터 노선을 연장해 충주에서 판교까지 운행이 시작되었다. 충주시민으로 등록이 되니 이 정보를 DM으로 보내 주었다. 그 첫 열차를 타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싶어 예매를 했다. 주말 아니면 엄두를 못 냈던 것을 이제 ‘백수’라는 직업은 모든 걸 가능하게 해 준다. 출근시간이다. 이곳의 정식명칭은 ‘판교테크노밸리’다. 판교과학기술계곡? 굳이 영어로 이름 짓는 걸 비판하지는 않겠다. 아무튼 IT와 BT산업의 집산지다. 관련기업들은 물론 굴지의 대기업들이 ..

하얀 겨울

대관령 목장에서 눈이 부시다. 여름의 초록에도 눈이 부시더니 겨울 하얀 평원도 눈이 부시다 유난히 눈이 푸지게 내리는 이번 겨울. 새하얗고 포근한 계절. 보이는 풍경은 모두 저리 순결한데 우리 인간사도 맑고 청결했으면 좋겠다. 총선이 가까와졌다고 별 해괴한 짓들이 난무한다. 백성들은 고요하고 싶은데 저들끼리만 지랄들이다. 만년설인듯 겨우내 눈 덮인 강원도의 자연이 좋다. 싸돌아댕기기 좋은 계절이다. 세상의 모든 재밋거리는 문밖에 있다. 미스터 투 : 하얀 겨울

화이트 크리스마스 곡성 여행

곡성터미널에 내리니 포근하게 눈내려 쌓이고 사위는 뿌연 연무로 가득 찼다. 도림사로 가는 길은 벚나무가 늘어서 있다. 크리스마스날 아침이었다. 성탄일에 굳이 절을 찾아가는 게 못된 심보라 할 수는 없다.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냥 공휴일이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템플스테이 등으로 사찰 방문객 수가 여느 때보다 많다는 통계를 방송뉴스에서 보았다. 불교방송에서도 이날은 크리스마스캐롤을 틀곤 한다. 종교를 떠나 즐겁고 거룩한 날이다. 동악산 기슭에 도림사는 포근하게 눈을 맞고 있었다. 나 말고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다. 경내에 찻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와락 훈기가 달려든다. 여기서도 내내 크리스마스캐럴이 흐른다. 대추차를 주문해 마신다. 산사에서 보는 설경이 고즈넉하고 평안해 보인다. 찻집 보살님(아가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