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통리장을 가다

설리숲 2024. 3. 20. 18:19

 

태백 통리에는 여전히 장이 선다.

과거 흥성했던 영광은 통리역 폐역으로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5일장이던 것이 현재는 매달 5, 15, 25일에 서는 10일장으로 운영된다.

이 통리장이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히 크다.

 

지난 2월 말에 통리장엘 갔었다. 폭설이 내린 다음 날이었다.

일대는 한 길이 넘는 눈이 쌓여 도로만 간신히 제설이 되어 있을 뿐 거의 대부분이 마비상태로 보였다. 당연히 그날 장은 서지 않았다.

몇몇 주민들의 차가 오갈 뿐 적막 속에 갇힌 마을에 불도저 한 대가 제설을 하고 있었다.

겨울이 긴 강원 산골의 눈만 실컷 보고 돌아왔다.

 

 

지난 주 다시 통리를 찾았다. 아주 화창하고 따스한 날이었다.

이곳에도 봄은 가까워서 날은 푸근했으나 풍경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1년중 반 이상이 겨울인 강원도.

장터는 그야말로 시끌벅적 인산인해다. 유명한 정선장보다도 훨씬 규모가 크다.

이 한겨울에 어디서 누가 만들어 냈는지 먹음직스러운 나물과 과일들이 넘쳐났다.

 

 

 

 

 

 

 

 

 

 

 

 

 

 

 

 

 

 

 정말 없는 게 없어 우리 엄마 표현대로 처녀부랄도 살 수 있겠다.

 역시나 나는 메밀적에 눈이 간다. 메밀전병은 또 어떻고.

 

 

 

 

 

 

 

 

 

 

풍경은 삭막하고 칙칙한 겨울이어도 역시 계절은 계절이라 화사한 꽃들이 장터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다.

 

 

여행의 필수코스는 장구경이다. 더구나 열흘 만에 한번씩 서는 귀한 장이다.

소멸돼 가고 있는 중인 깊은 산협 오지마을에 이토록 많은 장꾼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이라니 경이롭다.

 

 

 

 

폐역된 통리역엔 기차를 테마로 한 오로라파크가 운영되고 있다.

 

 

 

 

 

 

 

 

 

 

 

 

 

 

장터 한 귀퉁이엔 태후공원이 있다. 드라마에 나왔던 건물의 모조품과 송중기 송혜교의 동상이 있다. 지근거리에 있는 탄탄파크에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촬영했다.

 

 

 

 

 

 

통리탄탄파크.

입장료가 8천원인데 리모델링 공사중이라고 돈을 안 받는다.

그래서인가 볼게 별로 없다. 깊은 겨울에 묻혀 있는 설경만 보고 나왔다.

 

 

 

 

 

 

 

 

 

여기도 유시진 대위와 강모연 박사 동상.

야들은 실제로 송송커플로 연애하다가 결혼까지 하더니 얼마 안 가 이혼했다.

이혼했어도 저렇게  입술을 대고 오래도록 남아 있을 테니 당사자가 나중에 보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

 

 

 

 

 

 

 

 

통리장엘 가려면 무궁화를 타고 동백산역에 내려 약 30분 걸어가야 한다.

기차라는 게 결국은 사람을 위한 운송수단일진대 사람들이 사는 통리에다 역을 만드는 게 상식이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역을 만들어 놓은 사정을 모르겠다.

애민의 정신은 전혀 없고 순전히 저들 편한 멋대로의 행정 같아 보인다.

역 이용객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여기서 한 정거장을 더 가면 백산역이다.

백산의 북쪽인데 역이름을 북백산이 아닌 동백산으로 지은 것도 의아스럽고.

 

 

마지막 탄광이던 장성광업소가 폐광된다.

호황의 절정이던 1980년대 초 이 지역의 인구는 12만이었다. 삼척에서 분리되어 황지읍을 중심으로 하는 태백시가 탄생했다.

석탄산업의 사양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금 태백 인구는 3 8천 명이다. 우리나라 시 승격의 조건은 인구 5만 명이다.

장성광업소마저 폐광되고 나면 이후는 불을 보듯 뻔하다.

태백이라는 시는 군으로 격하될 것이고 어쩌면 인근 다른 도시에 편입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바야흐로 소멸해 갈 도시의 일부분을 돌아보았다.

5일이 아닌 10일로 축소된 통리장도 세월에 변화에 따라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옛 영화는 테마공원에서 보는 흔적으로만 그리워할 것이다

 

 

메마른 거리에 뽀얗게 먼지바람이 인다.

한바탕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고 나면 입안에서 버적버적 모래가 씹힌다.

이곳은 너무 황량하고 삭막하다. 여전히 겨울이 떠나지 않고 있다.

 

 

 

 

 

 

                마시따 밴드 :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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