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지방민들의 선망 동경 중 하나가 ‘창경원 벚꽃구경’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벚꽃놀이 상춘은 역사가 제법 오래됐다.
벚나무가 언제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1936년에 발표된 김유정의 <야앵>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인파 넘실대는 벚꽃놀이에 나선 세 아가씨들의 풋풋한 설렘과 정경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심쿵한 기분으로 읽은 기억이 있다.
일제시대에도 벚꽃놀이는 우리들의 선망하는 봄문화였던 것 같다. 야앵(夜櫻)은 밤벚꽃의 한자어다.
벚꽃놀이 정경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창경원 벚꽃이 어땠는지 나는 사진조차 한 장 본 적 없다.
지금은 봄철이면 온통 벚꽃 천지다.
전국 어디든 벚꽃명소 아닌 데가 없다.
내 방 창문을 열어도 거기 하얀 꽃잎이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이 꼽는 명소가 있긴 하다.
진해와 화개의 화려하고 강렬한 꽃을 봐 버린 나의 눈은 웬만한 비주얼은 성에 차지 않는다. 불행한 경험이라 할까.
작년 여름 황구지천 제방길을 걸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무성하게 덮인 벚나무 그늘에 반해 꽃이 피면 장관이겠다고 내년 봄에 꼭 와보리라 잔뜩 별렀었다.
무릇 이렇게 터널을 이룬 풍광이라야 내 눈에 찬다.
황구지천의 벚꽃은 진해와 화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최고의 비주얼이다.
느린달팽이님의 쉼여걷기는 월요일이라 한갓진 풍경인데
그 전날 일요일은 빼곡한 사람들 물결이 그야말로 인파였다.
누구일까.
맨 처음 벚나무를 심으려고 생각한 사람은.
겨울이 끝나갈 무렵 피어 모든 이들의 관심과 환대를 받았을 이 노란 산수유는
벚꽃 흐드러진 황구지천에서 누구 하나 들여다보지 않는다.
철저하게 버림받은 여인?
세상 족속들은 다 그러한 나쁜(?) 속성을 지녔으니 속상해 말지니.
나는 너를 외면하지 않아.
여전히 너는 예쁘다.
화양연화의 나날들.
언제부턴가 봄은 갈수록 짧아져 벚꽃이 필 때쯤이 봄의 시작이고 꽃이 지면 그때부터 여름이다.
어쩐지 날이 더워 반팔옷을 입었더니 벚꽃잎이 분분히 날려 사라지고 있다.
여름이다.
이문세 :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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