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후에 천지가 개벽을 하듯 만물이 어지러웠다. 용이 승천을 하듯 숲이 뒤집어졌다. 하늘과 땅이 분노해 만상을 집어 삼키려는가. 내륙에 살 때는 이름만 들어 봤지 태풍이 뭐야 그저 바람이 쫌 세게 부는 거겠지. 정선에 온 후로 세 번째 맞는 태풍. 온세상을 찢어 놓는 강력한 폭풍 루사 매미 나비. 이게 태풍..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9.07
난 아냐 이쁜 아이가 있다. 줄 것이 없다. 오늘도 과자는 내가 먼저 먹어 버렸다. 그녀의 여행가방에는 늘 과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그걸 꺼내 먹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처음엔 혹 나를 주려는 건 줄 알고 김칫국을 마시기도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아이를 좋아하는 여자. 여행길에 늘 부딪치게 되..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9.03
아날로그 소녀 지선이 그저 귀엽고 착하게만 생긴 외모다. 피자를 좋아할 것 같은, 디카를 좋아할 것 같은, 꽃미남을 좋아할 것 같은…… 젤리슈즈를 좋아하고 압구정을 돌아 예쁜 액세서리를 사들이며, 또래의 친구들과 만나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떨며, 가끔은 주말에 외박도 할 것 같은 그런 평범한 아가씨다. 이번 여름장..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8.29
여자친구 이야기 내게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 친구는 필기구에 몹시 집착한다. 김유정의 소설 <떡>에 나오는 계집아이 같다. 잔칫집에서 떡에 집착해 꾸역대고 떡을 먹다가 결국은 떡으로 죽고 마는(아니다 죽진 않는다) 그 아이를 생각하게 한다. 편리하고 빠른 디지털이 일상화한 요즘에 이 친구는 굳이 구식 종..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8.27
야 시꺄 '야시꺄'는 강아지 이름이다. 두 노인네가 돌아가시고 난 빈집에 새로 사람이 들었다. 늙숙한 내외분인데 이웃하고 살면서도 첫인사 외에는 한번도 말을 트지 못한 상태다. 내외분과 함께 강아지도 두 마리 식솔이 되어 왔다. 둘 다 하얀 백구로 크기가 한 놈은 한 사발 정도, 다른 놈은 두 사발 정도 되..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7.27
벽서(壁書) 황금횃대 왔단다 청산에 별곡 묻히리! 토루군 왔음 아싸! 좋구나 아름다운 두이노의 문원 정말 숲속의 숲이 되고 싶다. -두이노의 숲 이곳에서 내가 피어나리라 -한상훈 우리 참 멋있게 살자 아름답게 그렇게 誠於中形於外 뭐를 열심히 하는 가운데 밖으로 이루어지리라 이와 같은 방명록들이 적혀 있..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7.17
먼 길에서 돌아와 "중간에 하나 둘씩 빠져나가니까 맥빠지고 재미없다. 나두 가고 싶어져" 어느 아침 내 옆에서 식사를 하던 두공 님이 한 말이다. 거기에 별다른 대꾸는 안했지만 나, 속으로 이렇게 뇌까렸다. 세라비!(C'est La Vie) 그것이 인생! 여행후기를 쓸라치면 왜 꼭 人生을 들먹거리게 되는지 나 자신조차 모르겠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6.13
봄의 서정 하루가 다르게 무르익는 봄기운은 산속 촌놈의 가슴도 살랑이게 한다. 도저히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덜 못해 날마다 산기슭을 오르내리고, 호미 하나 들고 어제는 달래, 오늘은 고들빼기, 또 내일은 냉이를 캐겠다. 아름드리 낙엽송을 얹은 지게는 어깨를 내리눌러도 마음은 마냥 푸른 창천으로 날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6.03
장미, 총에 맞다 강변도로를 질주하다. 올림픽대로- 산골촌놈이라고 해서 얌전하기만 하란 법 있나. 서울은 참 매력있는 도시다. 공해에 찌들었느니 삭막하느니 말들은 하면서도 진드기처럼 눌어붙어 사는 건 다 그만한 매력이 있어서겠지. 한강변을 차로 또는 걸어서 가 보라. 얼마나 근사한가. 오늘 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