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남한강을 다녀와서 시골 촌놈이 큰 도시로 나들이할 때의 두려움과 막막함. 계곡 물을 따라 큰 강으로, 또 망망대해로 나갈 때의 낯설음과 역시 두려움. 갈수기라 물의 양은 현저히 줄었지만 강언덕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남한강은 산골촌놈에게 경외와 두려움을 주기 충분했다. 여행길을 떠날 때의 이런 두..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01.20
겨울 이야기 그가 왔다. 늘 자연을 동경해 온, 그러나 현실을 벗어나기 힘들어 했던 사나이. 그가 모처럼 서울을 벗어나 정선 숲으로 왔다 겨울나그네처럼. 새해를 사흘 앞둔 세밑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그가 서울을 떠난 구구절절 사연이야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 다만 그래도 후배라고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01.20
웰컴투 스무골 내 오두막집에 일단의 낯선 이들이 찾아 왔다. 영화촬영팀이란다. 무슨 영화인지는 모르나 감독과 스태프들이 장소를 헌팅하러 이 외진 골짜구니를 올라온 것이다. 머지않아 이곳 스무골에서 영화촬영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오지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일단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긴 하지만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2.10
속물 고급 옷가게에서 일행인듯 한 여자손님들이 쇼핑을 하고 있는데, 한 물건을 놓고 다투었다. 400만원짜리 가격표가 붙은 옷을 놓고 디자인과 색감이 세련됐다느니 재질이 고급스럽다느니 침을 튀기며 극찬하며 서로 사겠다고 우기다가, 그때 종업원이 와서는 가격표가 잘못 붙었다며 새로 붙이고 갔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2.02
바람부는 날 주접떨기 고등학교 때다. 학교 변소에 LP가스통만한 플라스틱 용기가 아주 많이 놓여졌다. 오줌을 거기다 누라는 거였다. 화장품회사에서 갖다 놓은 것이었다. 남자오줌을 받아다가 화장품을 만든다고 했다. 의문이 생겼다. 왜 남자오줌일까 여자는 안되고? 나는 아마 이것도 음양의 조화를 따지는 건가 보다 심..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1.21
얼어죽을 선생님 의사는 그냥 의사지 선생님이 아니다. 요즘 보면 너두 나두 의사더러 선생님이라 한다. 아이들더러도 엄마는 그런다. "의사 선생님이.... 어쩌구 저쩌구" 아이들에게 의사에 대한 존경심을 고취하는 효과도 좀 있긴 하다만, 선생님이라... 우리에게 뭐 별로 가르쳐 준 것도 없는데 무슨 얼어죽을 선생님..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1.09
잔학한 사람 피를 보면 사람은 흥분한다. 피에 열광하고 피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한국의 금메달획득과 순위상승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다. 얼마나 많이 때리느냐, 얼마나 세게 때리느냐, 급소부분을 예리하게 지르느냐에 따라 심판은 점수를 주고 관중은 열광한다. 코피가 흐르고 멍이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0.27
그래 존나게 뛰는 거다 작금 세태의 변화를 나는 조깅과 러닝머신에 비유해 본다. 조깅이란 빨리 뛰면 힘은 들어도 빨리 도착한다. 즉 열심히 뛴 만큼 목적을 빨리 이룰 수 있다는.... 요즘의 세태는 러닝머신. 아무리 존나게 뛰어도 항상 제자리다. 다람쥐 쳇바퀴 돌기다. 조금의 전진도 없이 뛰는 놈만 힘들다. 그렇다고 안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0.15
내가 좋아하는 세가지 촉감 그 하나, 이발소 의자에 누워 면도할 때. 잘 갈린 면도칼이 싹싹 턱 밑을 쓸고 지나가는 촉감은 아주 환상적이다. 그 둘, 여자를 포옹할 때 가슴에 닿는 물컹한 촉감. 남자에게는 부족한 2%의 무엇. 그래서 이성에게 끌리는 거겠지. 그 셋, 선잠인 채 눈을 떴을 때 포근히 감기는 이불의 보드라운 촉감. 그..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