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난 아냐

설리숲 2005. 9. 3. 22:36

 

 이쁜 아이가 있다. 줄 것이 없다.

 오늘도 과자는 내가 먼저 먹어 버렸다.

 

 그녀의 여행가방에는 늘 과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그걸 꺼내 먹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처음엔 혹 나를 주려는 건 줄 알고 김칫국을 마시기도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아이를 좋아하는 여자.

 여행길에 늘 부딪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그녀는 아이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야 너 몇 살이니?

 

 그리고는 이것저것 말을 시키며 손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고-

 그리고 가방을 열어 과자를 꺼내 준다.

 

 결혼은 안해도 아이는 갖고 싶다는-

 한번은 내가 그럼 애 하나 낳으라고 실없이 건넸다가,

 

 당신이 하나 낳아 줄래? 나 오늘부터 배란기야.

 

 크헐! 그 표정이 하도 진지해서 난 그만 머쓱하게 꼬랑지를 내리고 말았다는.

 

 여행가방에 과자를 사 넣어다니는 그녀의 마음이 고와 나도 따라하려고 했는데,

 과자만 잔뜩 사 넣으면 뭐하나, 내 입으로 먼저 들어가 버리는 걸......

 정작 이쁜 아이를 만나면 줄 게 없다.

 

 역시 난 아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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