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란이다 시각을 모르겠다. 곧 날이 밝을 것이다. 뜬눈으로 지새운 밤. 청년은 번민했다. 불확실한 미래,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인생의 실체, 살아간다는 것, 기쁨과 슬픔, 분노와 고통, 연애와 갈등 오만가지 물상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가는 나가고 또다시 들어와서 휘젓고. 이제 인생을 시작하려는 출발..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08.31
시작이 어려운 거지 매년 여름 장기도보 때마다 궁금한 게 하나 있었어. 여자들은 속옷을 어떻게 할까. 겉옷이야 빨아서 배낭에 주렁주렁 매달고 걸으면 되지만 속옷은? 아직도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그렇고. 한데 올여름은 숨기고 자시고 할 게 없었지. 너도나도 경쟁하듯 주욱 빨랫줄에 내건 풍경. 하긴 속..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08.23
길 위에서 나이 마흔이 넘어도 좀처럼 정열을 억누를 수가 없다 길위에서 그리 오랜 나날을 걸어도 어이해 나의 청춘은 파랗게 물드는지 혈기를 어이할꺼나 저 황소처럼 머리 디밀고 그저 아무 데나 돌진해 볼까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08.02
사랑이 아니다 그걸 사랑이라 한다. 처녀가 유부남과 어쩌구저쩌구 한다. 사람들은 불륜이라 한다. 그런데 그 처녀만은 단연코 사랑이라 우기는 것이다. 여자에게는 강한 모성애가 있다. 남자를 향한 그 모성애가 가끔은 궤도이탈이 되어 고통스런 결말을 맺곤 하는데, 늘 그 남자의 얼굴에는 그..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07.13
그대 속상하거든 세밑에 원주, 도심이어도 세밑의 풍경은 그저 그렇다. 소란하지도 않고 그냥 평온한 일상. 전날 저녁 그에게서 전화가 오다. 목소리에 잔뜩 알코올 냄새가 묻어 있다. 너무 속상해서 혼자 나와 술을 마시고 있노라는... 간간이 훌쩍거리는 소리도 난다. 처음이다 그의 취한 목소리는. 늘 쾌활하고 여장..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07.08
봄밤 봄이다. 봄밤이다. 그를 만나러 진주로 가는 밤길. 지리산 검은 능선 위로 큰달이 떴다. - 어, 저거 횃대다. 횃대 얼굴이다 봄의 한가운데다. 저녁에 전화 오다. - 행님 보고싶어 지금 진주 왔지롱~ 지금 나올 수 있나? 날 보러 부러 오지 않은 줄은 알지만 그럼, 나가고 말고. 이방에서 맞는 뜻밖의 해후,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06.05
위문편지 국민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지겹게도 썼던 국군장병위문편지. 일말의 성의 없이 선생님이 하라니까 편지지 한 장만 겨우 채워 제출했던 기억들이 다들 있을 것이다. 내용은 거개가 다 똑같다. 여름이라면. “무더움 속에서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겨울이라면, “추위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