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156

담장이 있는 풍경... 담양 삼지내

최첨단의 문명을 자화자찬하며 기고만장하던 인류의 자존심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눈에 보이지도 않게 작은, 기껏해야 미물에 불과한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허우적거리는 꼴이라니. 이 봄에 우리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 많아졌다. 가까이 보듬고 껴안는 것이 진리만은 아님을. 적당히 떨어져 바라보는 것에 더 진실이 담겨 있음을. 중국의 경우 코로나 사태가 해제되고 나서 이혼 신청이 급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고 가족 구성원들간의 피로도가 쌓여간다는 뉴스를 접하는 요즘이다. 자만은 인간을 오만하게 만든다. 이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님을 자각하고 순수하게 겸손해져야 하지 않을까. 속도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싶다. 고속 일변도가 아닌 멈춰선 세계. 담양의 한 골목길을 다녀왔다. ‘고샅’이라는 이름의 전라도 ..

세종 조천변 벚꽃길

4월이 되자 걷잡을 수 없이 봄이 가득 넘친다. ‘물리적거리두기’로 대중교통 이용이 여의치 않으니 근래 드라이브 여행이 잦아졌다. 보이는 풍경마다 봄이다. 이런 계절은 목적지 없이 하루 종일 달려도 지루하지 않다. 운전 자체가 멋진 여행길이다. 드라이브여행의 최대장점은 시간의 속박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밤이고 새벽이고 아무 때나 운전석에 올라앉으면 된다. 두 번째 잇점은 필요한 물품을 마음껏 지참할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거의 필요치 않을 것 같은 물건도 실어 얹는다. 웬만한 살림살이가 다 실린다. 움직이는 집이다. 가는 곳마다 벚꽃이 한창이다. 무더기 군락으로, 혹은 군데군데. 예전에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대표하던 한국의 봄은 언젠가부터 벚꽃이 차지하고 있다. 벚꽃축제가 아닌 곳이 없다. 애..

화개 십리벚꽃길

벚꽃 제일의 명소라 할만 한 진해를 가고 싶었다. 왜 한번도 안 갔는지 모르겠다, 이제껏 바빠 본적 한 번도 없었는데. 그래 작년엔 벼르고 별러 구체적인 일정으로 지인과 같이 가기로 약속까지 해 놓았었는데, 그만 입원과 수술로 황금 같은 봄날을 저버리고 말았다. 퇴원하고 보니 봄날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의 지인들도 의리를 지켜 벚꽃놀이 저버리고 문병을 와 주었다. 속상해라. 내년엔 기필코, 했더니 이 봄엔 창궐한 코로나가 또 막는다. 창원시는 경해역과 여좌천 일대를 원천봉쇄했다고 한다. 군항축제는 취소했어도 상춘객들은 여지없이 몰려들 것이니 내린 고육지책이다. 잘한 일이다. 마는 나는 또 속상하다. 또 내년으로 미루기다. ‘머나먼 쏭바강’도 아닐진대 이렇게 도달하기가 힘들어서야 원. 내년에 별일 없..

북한강 가을길 - 양수리에서 상천까지

아열대기후가 현실이 되었다. 여름이 길어졌다. 10월 중순이면 가을의 절정이어야 하는데 느낌과 풍경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한낮은 따가운 햇볕에 반팔 옷차림이 많다. 밤은 그래도 제법 싸늘해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한다. 가을이 그렇게 지나가더니 겨울도 푸근하게 지나갔다. 지난 가을 북한강변을 따라 1박 2일 도보여행을 했다. 시원한 강바람에 여전히 초록인 초목들. 물의정원에 흐드러진 코스모스가 아니라면 온전히 여름의 풍경이었다. 카메라에 있던 사진들을 꺼내 그 가을날의 추억과 서정을 다시 소환하여 잠시 역병의 우울함을 버린다. 봄에 생각해도 여름에 생각해도 가을에도 겨울에 생각해도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역시 가을이다. 그리고 길. 길에는 그리움과 청춘이 있다. 가을은... ...낙엽이 오는 길이다. '황..

천안 미나릿길 벽화

미나릿길 골목에서 옛 추억을 생각하며 그 옛날 이곳은 실개천 주변에 미나리들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았던 곳입니다. 여기저기 흐드러져 있던 미나리는 실개천이 복개되면서 사라지고, 골목과 우리들만 남았습니다. 담벼락과 골목 모퉁이는 시간이 멈춘듯 그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두웠던 회색 골목이 하얀 도화지로 바뀌고, 그 위에 형형색색 벽화가 그려지면서 골목 담벼락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안에 잇는 골목 사람들은 희망의 날개를 활짝 펼쳐 꿈을 키워가게 되었습니다. 끊어질듯 이어지는 우리 골목길!오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우리 골목길! 오늘은 소소한 옛 추억을 생각하며 골목길 여행을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올해의 트렌드 칼라는 블루라고 한다. 패션만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