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모든 것이 다 사라지지는 않은 달” 모든 달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인디언들의 11월에 대한 개념이다. 그렇군. 들판도 텅 비고 나무도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하고, 버석거리며 말라 가는 우리네 휑한 가슴. 다 사라져 간 것 같지만 집 밖 어디든 서 보면 11월은 텅 비어 있지 않다. 오히려 풍성해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이겠고. 충북 영동 백화산 계곡의 석천을 따라 걷는 길은 한 해중 이맘 때가 가장 아름답다. 벼르고 별러 떠난 가을 도보여행. 11월 첫날. 가을 반야사, 가을 계곡, 그리고 낙엽 그리고 비. 새초롬히 내리는 비와 함께 11월이 시작되었다. 촉촉이 물기 머금은 풍경이 운치 있어 맑은 날이 아닌 게 더 행운이었다. 가뿐하니 머릿속도 한결 상쾌하다. 별로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