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156

용인 한국민속촌 겨울비 내리는 날

한국민속촌(당시엔 용인민속촌)엘 처음 갔던 때가 1981년이었다. 1974년 개관했으니까 거의 초장기였던 셈이다. 그때의 기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명절이라 가족들이 다 모였고 매형의 즉석 제안으로 택시 여러 대를 나눠 타고 매형의 주도하에 다녀왔으므로 단지 수동적으로 따라다녔을 뿐이다. 실로 오랜 만에 민속촌을 방문했다. 실낱같은 기억으론 당시에는 열병하는 병사들처럼 오와 열을 맞춰 초가집 기와집이 배열되었던 것 같았는데 다시 가본 민속촌은 그대와 사뭇 달라진 것 같다. 삭막한 배치를 헐고 나무와 정원, 그리고 담장과 길을 그럴듯하게 리모델링했다. 달랑 건물들만 전시해 놓아 삭막했었던 기억인데 지금은 참 운치 있는 제대로의 민속마을이다. 하루 종일 겨울비가 내렸다. 가뜩이나 겨울풍경은 삭막한데다가..

봉화 세평 오지길,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

겨울이라고 조용히 침잠할 수는 없다. 산골에서처럼 겨울잠을 잘 리는 없다. 주말이면 역시 길을 나선다. 어쨌든 겨울은 덥지 않아서 돌아다니기 좋다. 여전히 오지로 인식되고 있는 곳 봉화, 그리고 승부역 양원역. 근래 트레킹 코스로 새로이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예전엔 이 곳에 길이 없었다. 분천에서 승부는 거리는 가까워도 길이 없어 자동차로 1시간 에둘러서 돌아갔다. 오직 기차만이 물길을 따라 왕래했다. 기차로 기껏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그런 것을 새로이 길을 만들어 도보꾼들이 많이 다녀가곤 한다. 하늘도 세 평이고 꽃밭도 세 평이라는 말 그대로 오지다. 그래서 낙동강 물길의 비경이 보존되었을 것이다. 이 길은 물과 기차와 사람이 내내 동행한다. 험준한 산간지역이라 철도 놓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

초겨울의 정읍 내장사 길

또 때를 못 맞췄다. 이쯤이면 내장사 단풍이 볼만하겠다고 우정 날을 잡았는데 너무 늦었다. 그야말로 새빨간 세계를 바랐다만 현지에는 이미 잎이 다 진 단풍나무들이 많았다. 허연 나목으로 줄선 풍경이 어느새 겨울이 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몹시 추운 날이었고 강원도의 스키장들도 이날 개장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중부지방엔 진종일 비가 내렸나 보다. 라디오에서는 하루 종일 비 내리는 이야기를 하고 비에 관한 노래들이 나온다. 강원도엔 눈이 내린다고 하고. 코발트 색 하늘과 화창한 햇볕을 담은 남부지방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러나 역시 날이 몹시 춥다. 가을은 이 주가 마지막일 것 같다. 때 놓친 단풍놀이라 많이 김이 샜지만 초겨울의 은근한 색도 나름 매력이 있다. 일부 철늦은 일부 단풍나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