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세종 조천변 벚꽃길

설리숲 2020. 4. 6. 21:03

 

4월이 되자 걷잡을 수 없이 봄이 가득 넘친다.

물리적거리두기로 대중교통 이용이 여의치 않으니 근래 드라이브 여행이 잦아졌다. 보이는 풍경마다 봄이다. 이런 계절은 목적지 없이 하루 종일 달려도 지루하지 않다. 운전 자체가 멋진 여행길이다. 드라이브여행의 최대장점은 시간의 속박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밤이고 새벽이고 아무 때나 운전석에 올라앉으면 된다. 두 번째 잇점은 필요한 물품을 마음껏 지참할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거의 필요치 않을 것 같은 물건도 실어 얹는다. 웬만한 살림살이가 다 실린다. 움직이는 집이다.

가는 곳마다 벚꽃이 한창이다. 무더기 군락으로, 혹은 군데군데.

예전에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대표하던 한국의 봄은 언젠가부터 벚꽃이 차지하고 있다.

벚꽃축제가 아닌 곳이 없다.

 

 

애시 장곡사 벚꽃길을 요량하고 떠난 길이었다. 다 늦은 저녁에 청양 도착해 하룻밤을 자고는 이튿날 일찍 일어나 그곳에 가니 이제서 꽃망울이 맺힌 삭막한 겨울나무다. 이곳의 벚꽃이 다른 곳보다 늦게 개화한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차이가 난다. 지난 주 만개했던 다른 곳들은 이미 꽃잎이 떨어지고 있는데.

우정 찾아온 설렘이 시르죽어 잠시 실망했다가 곧이어 퍼뜩 생각난 곳이 세종이다. 세종시 조천변 벚꽃길이 근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청양에서 거리도 가까워, 게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방향에 있으니 아주 잘 됐다.

 

 

 

 

 

 

 

 

 

 

 

 

 

 

 

 

 

 

그리하여 찾아온 이곳 조천변 벚꽃길.

과연 봄이요, 사월이다. 사월의 이 훈풍을 못 견디겠다. 저 하얀 꽃잎들. 저 흐드러짐. 이제껏 여러 해를 살아오면서 봄이면 날리는 흔하디 흔한 벚꽃잎들을 이렇게 간절하게 감상한 적이 있는가. 젊은 시절엔 느끼지 못하던, 이제는 애달프고 절절한 감성의 음표들. 나이 먹는 게 꼭 서러움만은 아니어라. 그 나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더욱더 세련되고 깊은 아름다움이어라.

 

 

 

 

 

 

 

 

 

 

 

 

 

 

 

 

 

 

 

 

 

 

 

 

 

 

 

 

 

 

 

 

 

 

 

 

 

 

 

 

 

 

 

 

 

 

 

 

 

 

 

크리스 디 버그 :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