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잃고 쓰러져 있는 게 아니다.
놀러온 일단의 아가씨들이 각종 콘셉트를 연출하며 사진들을 찍고 있다.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현재를 즐기는, 자유분방한 젊음의 아름다움이여.
어느 여인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
그게 연애하자는 하자는 노골적인 제안일 리는 없지만, 또 이 나이에 연애라는 것도 민망하여 감히 생각할 일도 아니지만,
어쨌든 문득 문득 내가 생각난다면서 용감한(?) 문자를 보낼 정도면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눈치를 모르겠는가.
연애는 못 하더라도 그래도 내가 아직은 다른 사람에게 일말의 호감은 있다는 것이니 무작정 기분은 좋은 거다. 내가 밉게 살지는 않았구나.
전의 한 여인도 술만 먹으면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문자를 보내와 잠을 깨우곤 했다. 그와 연애를 한 전력도 있긴 하다.
내 안은 가시나무라서 당신이 편히 쉴 곳이 없다는 하덕규의 노래도 있거니와 나는 가시나무가 아니라 남을 포용할 공간이 없어서 누구를 안지 못하겠다. 젊은 날의 몇 번의 연애를 할 때는 몰랐었는데 이제 비로소 알겠다. 그 모든 이별의 근원은 내 작은 공간이었음을.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베타세쿼이아 숲이다. 찬 계절을 맞아 지금 한창 노랗게 물들고 흩날려 떨어지고 있다. 영하의 기온이 이젠 낯설지 않은 날들이다. 아침엔 냉랭한 기온에 손발이 시리더니 해가 퍼지면서 비로소 살겠다. 환한 햇빛을 받으면서 메타세쿼이아 숲도 해사하게 피어난다.
이제 더는 시간이 가지 말고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는데, 그 바람이 정말 간절한데 시시각각 겨울은 걷는 발끝에 와 있는 것이다.
아 빛나는 메타세쿼이아 노란 잎이여. 내 너를 내년에나 다시 만나리.
시인과 촌장 : 가시나무
한국의 아름다운 길 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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