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 문 밖엔 눈이 내린다.
짧아서 아름다운 계절 가을.
강화도령 철종이 왕위에 오르자 이곳 유수가 그 잠저에 집을 짓고 용흥궁(龍興宮)이라 하였다.
가을이 한창이었다.
바로 어제인 듯한데 시방 밖에는 눈이 내려 쌓이고 있다.
주인이 불시에 한양으로 올라가 임금이 되고
남은 이 텅빈 뜰안은 얼마나 휑뎅그레했을까.
낙엽마저 사라져 허황한 지금의 심사 같을소냐.
가끔 상상을 하곤 했다.
초야에 묻혀 무지렁이로 살고 있는 내게 어느 날 높은 분이 와서 왕이 돼 달라고 하는 상황을.
마음으로야 다 거절하고 말 것까지만 세상 일이 내뜻대로 되지는 않으니,
납치되어서라도 궁으로 끌려가긴 하겠다.
내가 철종 이원범보다 정사를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낫다고도 못하겠다.
그저 한세월 시간이나 죽이며 적당히 건사하면 보통은 가겠지. 허망한 권력의 본질이여!
조향남 작사 전수린 작곡 박재란 노래 :강화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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