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에서 동해바다를 가려고 나서면 4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원통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한계령을 넘어 양양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은 미시령을 넘어 속초로 간다. 이 길은 용대리에서 다시 갈라져 오른쪽은 미시령, 왼쪽은 진부령 너머 고성으로 이어진다. 세 길 모두다 고산준령 험준한 고갯길이다. 수려한 설악산을 주마간산하는 천혜의 길이기도 하다.
홍천 살 때, 바다가 그리울 땐 무시로 길을 나서곤 했는데 운전이 능숙하지 못했던지라 한계령과 미시령 구간은 많이 두려운 길이었다.
한번도 진부령 길은 가지 않았었다. 왠지 그곳은 더욱더 험한 길일 것 같았다. 진부령은 이제껏 일종의 ‘미지의 길’로 남아 있었던 셈이다.
이제 세월도 지나 미시령은 터널을 뚫어 구절양장 고갯길은 옛 추억이 되었고, 한계령도 동서고속도로가 질주하고 있다.
이제 미지의 길인 진부령을 올라가 본다. 예전엔 사람만 간신히 넘던 고개였고 그 후엔 군용차만 왕래했다고 한다. 그만큼 외지고 험준한 길이었다.
미지의 길은 그러나 좀 싱거웠다. 이제껏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의 이미지는 대번에 불식됐다. 용대 삼거리에서 나지막한 오르막길을 10여분 가니 바로 고갯마루다. 미시령이나 한계령보다도 만만한 길이다.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에 지나친 경이와 두려움을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는 반대로 신비와 막연한 희망을 두고 있는 건 아닌지. 결국은 모든 것은 부딪쳐 봐야 안다는 것이다. 산에 오르지 않고 산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미지의 고갯길을 손쉽게 올랐다. 역시 강원도의 고지대라 9월 중순이건만 냉랭한 기운이 끼친다. 바람까지 불어 반팔 차림의 맨드리가 으스스하다. 이곳은 과연 겨울이 길다는 전방지역이다. 지금 이렇게 쌀쌀하니 10월 11월은 깔축없는 겨울이요 삼동 겨울은 혹한의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미지의 길을 탐방하고 나니 오랜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건봉사에 들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다음 기회에 건봉사와 철원의 도피안사를 둘러볼 요량이다.
아, 어느새 가을 한 철을 뛰어넘어 겨울을 맞는 기분이다.
진부령의 관문 격인 용대 삼거리, 그리고 유명한 매바위폭포. 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내려서 사진을 짝고 가는 명물이다.
2006년 인도행 카페의 여름장기도보 때는 폭포 아래 개천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했었다. 겨울장기도보 때도 이곳을 지났다. 물이 얼어 장관이던 사진이 어디에 있을 거라. 지금은 입수금지다.
폭포가 높아 카메라에 다 들어오지 않아 내키지 않지만 세로로 찍어 보았다.
박건 작사 이호 작곡 조미미 노래 : 진부령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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