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두 과부가 살았다.
스물을 갓 넘긴 청상 며느리와 그의 시어머니.
어느 봄날 낯선 사내가 찾아들었다. 체격이 건장하고 사내 냄새 물씬 풍기는 포수였다.
돈은 얼마든지 낼테니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했다.
집이 워낙 누추한데다 여자만 둘이서 사는 집이라 곤란하다고 거절했다.
두 자매분이 참 이쁘십니다.
넉살 좋게 능갈치는 사내의 수작이 보통 아니다.
자매라니요. 이 아이는 제 며느립니다, 시어머니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내색은 못하나 마음이 달떴다.
어쨌든 앉으셔서 냉수라도 한잔 하세요.
아, 고부지간이시군요.
포수는 툇마루에 걸터앉더니 내려놓은 망태를 열어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낸다.
어머님이 이리도 정갈하고 한아하시니 며느님도 본을 받아 참으로 곱습니다. 미천한 몸이라 가진 게 변변치 않아 이거라도 며느님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반달 같은 얼레빗이었다. 며느리의 가슴도 심쿵했다.
능숙한 수작으로 간단하게 두 과부를 요리한 포수는 저녁도 잘먹고 깨끗한 이부자리를 대접받아 자리에 들었다.
고부는 평시처럼 나란히 잠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올리 없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스스로에게 수절을 강요했으나 이성은 이성이고 감정은 감정이다.
한창 무르익는 봄이다. 가뜩이나 춘정이 나풀거리는 두 과부는 오늘도 마당가에 나가 볕바라기를 하며 서로 눈치채지 않게 신세한탄을 했다.
처음부터 몰랐으면 모르거니와 사내를 안 몸이라 이 봄날의 설움은 유난히 고통이다.
그런데 짐승같이 야성적인 사내가 집안에 있다. 잠이 올리 없다.
이윽고 며느리가 조용히 일어난다.
어디 가니? 시어머니가 묻고 며느리는,
사랑에 자리끼 들여놓는 걸 잊었어요. 손님 물을 킬까 걱정이 돼서요.
그 길로 사랑으로 들어가 함뿍 춘정을 녹이는 거사를 치렀다.
방으로 돌아와 달뜬 숨을 억제하고 누우니 나른하여 포시시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눈을 떴는데 옆자리의 시어머니가 없다.
아니 혹시? 살금살금 사르디뎌 사랑 문앞에 당도하니 역시 예감대로 시어머니는 포수와 거사를 치르고 있는데 한창 열이 올라 있는 중이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두 과부는 아무일 없는 듯이 나란히 누워 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이었다.
얘야, 사랑 손님 든든히 잡숫게 생선이라도 좀 구워야겠다. 시어머니가 말했다.
그러자 거들먹거리는 소리로 며느리가 말했다.
이보게 동서, 오늘은 자네가 좀 하지?
내가 형님인데 손님에게 체면이 있으니 그리하는 게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