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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교정이 아름다운 백봉초등학교

가을이 아름다운 명소가 수도 없이 많지만 학교, 그것도 초등학교가 명소인 경우는 없다. 학교가 다 거기서 거기 비슷비슷하고 가을의 풍경이 예쁘지 않은 학교가 어디 있으랴. 괴산의 백봉초교가 특별하게 가을풍경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언제 한번 가 본다 하면서도 가까운 이웃동네라 잘 안 가게 된다. 짧은 가을을 더 많이 누리고 싶어 이번에 다녀오다. 그렇군. 유명세가 있을 만하다. 화려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아도 조촐한 분위기가 좋다. 가을의 절정이었다. 영국 동요 : 그 옛날에 (Long Long Ago)

비와 찻잔 사이, 상림

두어 차례 한파도 왔다 가고 눈도 내렸다. 이제 문밖은 완연한 겨울 풍경이다. 낙엽엔딩. 다음 해를 준비하느라 낙엽들은 저리도 바쁘다. 가을이 짧아 늘 서운하고 아쉽더니 그래서 저 낙엽들처럼 부지런히 짧은 가을 속을 싸돌아다녔더니 내 카메라에 유난히도 많은 가을이 들어 있다. 이렇게 철은 지났는데 카메라 속의 사진들이 가을 가기 전에 내보내달라고 조르는 듯해.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내년까지 가둬 놓을 수는 없으니 옛다 보거라, 겨울이다! 오후 내내 잿빛 하늘이더니 기어이 비가 내렸다. 후두둑 숲에 내리는 비. 연못에 동심원을 그리는 빗방울. 제법 푸지게 내렸다. 슬픈 기분이면서도 그보다는 왠지 머리 개운한 느낌이다. 모든 것 다 내려놓고 홀홀히 떠난다는 것. 낙엽이, 빗방울이 나에게 던져주고 간 사랑의 ..

대청호 부소담악

중국무협소설 제목 같은 이름의 부소담악. 대청댐 건설로 인해 들어찬 호수 위로 뜻하지 않게 생겨난 명승지다. 그 이름은 부소무니란 마을 이름에서 가져왔다 한다. 역시 주말이라 좁은 마을길에 끝도 없이 늘어선 관광객들의 차량들. 이른 아침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과 자욱한 물안개. 내가 기대한 명성에는 조금 못 미쳐도 싱그런 그 가을 아침의 느낌은 참말 상쾌하고 청량하다. 지금쯤은 황량하고 쓸쓸한 풍경일 것이다. 글룩 : 정령들의 춤

[도시투어] 서귀포 이중섭거리

한 사람의 생애를 돌아본다는 건 그닥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접하는 사람들의 전기는 대개 불행하고 우울한 삶의 점철이므로 그 삶이 내게도 전달되어 도통 일생이 허망과 피폐한 것으로만 느껴진다. 주로 예술가의 생애들이 그렇다. 슈베르트 차이코프스키. 또 이상 김유정. 또 고흐 뭉크. 반대로 풍요하고 발랄하게 산 사람들의 일대기는 드라마틱하지 않아 심심하고, 화가 이중섭도 불행한 삶을 살다 간 예술가였다. 평남 평원 태생인 화가가 머나먼 남쪽 섬 제주까지 왔다면 그 역정의 불우함은 능히 짐작된다. 그럼에도 내가 보기에는 초가삼간에서 처자와 오순도순 가난하게 살았던 제주의 1년이 가장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서귀포 이중섭거주지를 중심으로 그를 테마로 한 거리. 난 그림을 잘 모르는 문외한..

산굼부리 억새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햇살도 눈부신 곳. 제주 산굼부리가 가을 억새 명소라 하기에 한번 가 보고 싶었다. 과연 풍광 좋은 절경이긴 한데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였을까. 정선 민둥산의 억새와 사자평의 들판을 이미 본 눈에 산굼부리는 그닥 기대치에 미치지는 않았다. 비주얼은 황홀하리만치 새하얀 민둥산의 그것에 못 미치고, 스케일은 광활한 사자평의 그것에 못 미친다. 제주 대부분의 관광지처럼 이곳은 입장료가 있다. 입장료 6천 원. 만약 이곳을 기준으로 입장료를 산정한다면 민둥산은 12,000원, 사자평은 1만 원 정도 책정할 수 있겠다. 다만 이곳은 바로 대로 옆 평지라 접근성이 좋아 그만큼의 프리미엄이 있긴 하다. 어쨌든 돌 바람이 많은 제주라 그것들과 어울린 억새 풍경은 근사하다. 더구나 우뚝 ..

봉정암 가을 유람기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인파가 밀려들 테니 남보다 먼저 도착하려고 한밤중에 일어나 밤을 찢어 설악산에 도착했다. 6시쯤이었다. 백담사로 들어가는 셔틀버스 첫 차가 7시에 출발한다는 걸 알고 있는 터였다. 아직 날은 깜깜한데 백담사 입구는 이미 장사진이었다. 셔틀버스를 타려고 늘어선 줄이 거짓말 조금 보태 십리였다. 7시에 첫 운행을 한다는 버스도 새벽부터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잠깐의 간격도 없이 연달아 버스는 대는데도 나라미 선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미 가을이 이운 설악산의 새벽은 몹시 추웠다. 거의 한 시간여 만에 긴 줄을 극복하고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따뜻한 온기와 함께 평화로운 안식의 시간이었다. 백담사에 내리니 날은 환히 밝았다. 비로소 만산홍엽 설악의 가을이 아름다운 풍경 되어 내 앞..

가을, 사자평 억새

한국에서 가장 광활하다는 억새평원 사자평. 오래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번번이 미루다가 이번 가을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말겠다는 집심으로 벼르다가 드디어 올랐습니다. 무슨 큰 과업을 완수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조금은 비장하게. 사자평으로 가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짧고 난이도가 쉬운 표충사 코스로 잡았습니다. 밀양 표충사로 들어가는 길은 수려한 소나무 숲길이 장관입니다. 솔숲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풍광은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환상의 풍경이었습니다. 고찰 표충사는 무슨 전각을 더 짓는지 공사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습니다. 10월 중순 한가을이지만 아침 공기는 싸늘해 입김이 나옵니다. 더구나 산악지역의 가을은 예상보다 훨씬 깊어져 있기 마련입니다. 표충사 옆댕이를 돌아 만만치 ..

괴산 문광호수와 은행나무길

모처럼 내 고장 괴산에 대한 르포를 올릴 기회가 되었다. 별로 볼것 없는 촌동네지만 그래도 가을이라고 제법 멋들어진 풍경이 있어 다녀왔다. 문광호수 그리고 은행나무길. 타지인들은 이미 많이 다녀갔지만 정작 지역민인 나는 처음이다. 이맘때 주말이면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몰려 이곳으로 진입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번 가을엔 기필코 진입하리라 작년부터 잔뜩 별렀던 터다. 남들이 오기 전에 먼저 간다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나름 여유롭게 도착해보니 헐~이다. 이미 주차장은 만차이고 좁은 국도 노변으로 끝도 모르게 차들이 나라미를 섰다. 아뿔싸. 지척인 내가 이렇게 부지런을 떨었는데도 또 실패다. 저 사람들은 어디서 왔으며 도대체 집에선 몇 시에 떠나왔더란 말이냐. 많이 유명한 관광지라 새벽 일찍 도착해야 한다는 걸 ..

[도시투어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다시 양림커뮤니티로 돌아가 펭귄마을을 돌아봅니다. 관광지로서의 ‘양림동’이라 하면 이 펭귄마을을 말하는 겁니다. 벽화골목은 실은 치부를 감추려고 화려하게 치장을 한 빈민가의 슬픈 이면입니다. 어린 아가씨들은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청초하고 아름다우니 사람이 나이 들수록 얼굴에 화장기가 많아지는 법입니다. 광주 양림동 펭귄골목은 화려한 치장은 되도록 자제하고 주위에서 쉽게 보이는 소품들로 대충 가져다 붙인 고졸한 멋이 있습니다. 양림동(楊林洞)이란 지명이 유래된 된 버드나무. 예전에 이 일대는 버드나무가 많았다고 하여 양촌(楊村)과 또는 유림(柳林)이라 했는데 두 이름에서 양림동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펭귄마을 골목 어귀에 한 그루만 남아 있습니다. 이 골목이 근래 부상한 핫플레이스예요. 그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