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도시투어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설리숲 2023. 10. 16. 20:35

다시 양림커뮤니티로 돌아가 펭귄마을을 돌아봅니다.

관광지로서의 양림동’이라 하면 이 펭귄마을을 말하는 겁니다.

 

 

벽화골목은 실은 치부를 감추려고 화려하게 치장을 한 빈민가의 슬픈 이면입니다.

어린 아가씨들은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청초하고 아름다우니 사람이 나이 들수록 얼굴에 화장기가 많아지는 법입니다.

 

광주 양림동 펭귄골목은 화려한 치장은 되도록 자제하고 주위에서 쉽게 보이는 소품들로 대충 가져다 붙인 고졸한 멋이 있습니다.

 

 

 

 

 

 

양림동(楊林洞)이란 지명이 유래된 된 버드나무.

예전에 이 일대는 버드나무가 많았다고 하여 양촌(楊村)과 또는 유림(柳林)이라 했는데 두 이름에서 양림동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펭귄마을 골목 어귀에 한 그루만 남아 있습니다.

 

 

 

 

 

이 골목이 근래 부상한 핫플레이스예요.

그닥 세련되지도 않고 고품격의 작품인 것 같지도 않지만

너무 평범해서 어쩌면 유치해 보이기까지도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폄하는 할 수 없게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여긴 정율성거리입니다.

 

정율성을 아시나요?

 

음악계에서는 거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껏 정율성이란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한 건 그의 공산주의 이념 때문이겠지요. 반공국가인 우리나라에는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요즘 정율성 기념사업에 대한 논란으로 다시금 시끄러워졌습니다.

독립운동을 한 전력이 있긴 해도 북한과 중국에 부역한 그의 이력을 한국민들의 정서는 포용하기 어려운 듯합니다.

 

어쨌든 광주 양림동엔 오래전부터 그를 기리는 테마거리가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정율성이란 음악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여행의 본질이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학교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가르쳐준다는.

 

 

 

숨을 쉴 수 없게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담장 밑서껀 호박넝쿨서껀 죄다 이글거리는 날입니다.

그 때문인가, 생각보다 인적이 많지 않았어요. 덕분에 한적하게 누려본 골목투어.

 

여름의 막바지였습니다.

 

 

 

어린시절을 이곳에서 살았던 김현승 시인을 기리는 공원이 있습니다.

여름이 끝나고 서늘한 바람이 나기 시작하는 이 무렵이면 생각나는 김현승의 시입니다.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사직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양림동 그리고 펭귄마을

 

 

높은 데서 세상을 내려다볼 때 가슴 안으로 들어와 앉은 사유 하나.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그리고 이곳 광주에서도 

다른 모든 도시와 농촌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은

 

 

갈망하는 자유, 

그러나 사람들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한다는.

 

 

 

 

 

 

'서늘한 숲 > 햇빛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정암 가을 유람기  (0) 2023.11.14
가을, 사자평 억새  (0) 2023.10.31
[도시투어 광주] 양림동 양림산  (0) 2023.10.16
거창 감악산의 아스타국화  (0) 2023.10.15
설리 월드  (0) 202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