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진안 쪽으로 구 26번 도로를 타고 가다 구불구불 구절양장 오르막을 오르면 모래재다.
고갯마루에 휴게소가 있어 그늘 벤치에 앉아 음료수 한 캔 마시고 있으면 영을 넘는 서늘한 바람이 몸의 땀을 식혀 준다.
고갯마루에서 진안 쪽으로 약 4km 남짓의 가로수는 메타세쿼이아다. 이곳의 그로수길이 근래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겨울 전주에 갔다가 이곳을 가려고 했는데 대중교통 조건이 워낙 불리해서 이리저리 검색해보다가 포기했었다.
그러나 유명세에는 아직 미흡하다. 4km라고 하지만 모래재부터 3km 구간은 이제 식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나무들이어서 앞으로 많은 해가 지나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나머지 1km 정도 되는 구간은 참말 명품길이다. 늦가을의 노란 나무들과는 또다른, 진초록 메타세쿼이아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스케일 큰 담양의 그것과도 견줄 만큼 빼어난 여름 풍경이다.
단지 너무 짧아서 아쉽긴 하다.
어딜 가나 이런 몰지각한 사람이 있다.
중부지방과는 달리 한동안 폭염이 이어지던 남녘인데 비꽃이 떨어지며 하늘이 어두워진다. 그에 따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숲도 어둑신해진다. 나무들은 또다른 풍경이 된다. 이것이 자연이다.
차를 몰아 떠나면서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더니 용담호 께 이르러서는 앞이 안 보이게 폭우가 되었다. 참 지리한 비의 나날들이다.
아나이스 : 부르고뉴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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