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독특하게 생긴 꽃이다. 꽃잎이 없고 털 같은 술만으로 이루어진.
꽃과 잎 공히 수많은 식물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닮지 않은 고유의 식물.
화려한 분홍의 색이 처연하게 느껴지는 건 예전 읽었던 운흥길의 소설 <에미> 때문이리라. 소설 속에서 작가는 자귀나무꽃을 합환화(合歡花)로 쓰면서 묘한 에로티시즘의 뉘앙스를 전해준다.
실제로 예전부터 합환목이나 합환수로 불렀고 야합화 야합수(夜合樹)로도 불렸다.
분홍의 저 꽃잎을 밤이면 오므려서 그 모양이 마치 남녀가 서로 껴안고 밤을 보내는 것 같아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아무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묘한 느낌의 나무요 꽃이다. 목하 전국에 지천으로 자귀나무꽃이 만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