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지 않는 말들 대화하면서 필요한 낱말이 생각이 안나 다달거리거나 얼버무릴 때가 허다하다. 그럴 때 얼굴이 붉어지고 창피하기도 하다. 그런 경우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마는 나는 유독 잦은 편이다. 가령 적반하장이란 낱말을 써야 하는데 머리에서 뜻은 맴돌지만 낱말이 생각이 안나 어물거리..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4.10
하얀 아반테 역시 가을이었다. 무작하게 사람을 병에 들게 하고 이유 없이 문밖을 나가 갈데도 없으면서 후미진 골목길을 배회하게 만드는 게 가을이다. 그 후미진 골목 담장 아래로 누렇게 퇴색한 벚나무 잎들이 바람에 구를 때 그들은 또 뜬금없이 사람을 그리워하며 한숨짓는 것이다. 가을은 우리..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4.09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을까 지나간 날은 그저 아름답다. 가지지 못한 것은 아름답다. 봄빛 처연한 날에 그리는 지난 가을의 흔적들, 상념들, 그 처절했던 모든 것들. ' target=_blank> 비발디 사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4.07
묵언 지리산 능선으로 햇살이 뽀얗게 부채처럼 펴지며 아침이 깨어나고 있다. 천연요새 교룡산성 자락에 선국사. 이곳은 임진란 때 승병들의 주둔지였다 한다. 영화로웠다는 옛 이야기만 간직한 채 지금은 퇴락하고 쓸쓸해 오히려 수행하기에 이상적인 고즈넉한 사찰로 남았다. 조촐하고 수..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4.01
표정 2월과 3월 주말이면 어김없이 날이 궂다. 눈 아니면 비, 진눈깨비. 이런 현상도 궁극적인 원인은 인간에 의한 문명화에 있다고 한다. 화창한 주말을 즐기려면 도시화를 지양하고 대기를 맑게 정화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 하긴 이제는 주말의 특성이 없어졌다. 평일에도 여기저기 놀만한 곳..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3.31
영화처럼 텅 빈 들판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 햇살에 애애했다. 풍경이 좋아 차를 세우고 논 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바스락바스락 발밑에서 너테 부서지는 소리. 어릴 적 창애에 걸린 새를 보려고 디뎌 나가던 이른 아침의 논두렁에서도 수없이 너테가 내 작은 발바닥에 부서지곤 했다. 참으로 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3.28
내 생애 단 한번 뿐인 맘성엔 입춘 무렵에 이미 겨울이 끝났으려니 했다. 해마다 그러곤 한다. 날은 추워도 중동(仲冬) 혹한 만큼은 아니어서 그렇기도 하겠다. 그로부터 달포나 지나도록 여전히 깊은 적막이다. 눈이 내릴 적마다 이게 마지막 눈이겠거니 하곤 하지만 매번 배신을 당하기 일쑤다. 그러고 보면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3.27
섶다리가 있었다 시어 고부라진 짠지에 물말이로 볼가심한 아버지가 섶다리를 건너 어둠이 가시지 않은 개울을 건너 장엘 나갔다. 애녀석들은 하루 종일 섶다리에 나가 아버지를 기다렸다. 군인 간 아들이 뚝바리가 되어 절름거리며 돌아온 곳도 섶다리였고, 먼뎃 사람한테 시집을 가는 큰애기가 울음을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3.25
더티 게임 스포츠는 어느 분야보다도 깨끗하고 건전하다. 노력과 땀의 대가가 고스란히 나타나는 세계다. 각 종목마다 가장 합당한 규칙이 있다. 깨끗하고 정당한 플레이를 추구하므로 그것에 어긋나는 플레이나 플레이어에게는 불이익을 준다. 정당하지 못한 행동은 파울플레이다. 반칙이다. 소..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3.22
그 푸른 첫날밤 제주도 여행 때의 일이다. 첫날 민박집은 구엄리와 애월 사이 어느 바닷가였다. 발코니 너머 잔잔한 푸른 물과 비바리가 자맥질하는 정경이 보였다. 넓고 전망 좋고 시설 좋고, 값도 비싸지 않은 괜찮은 집이었다. 왠지 모르게 아늑하거나 편안한 느낌은 없었지만 여행의 설렘과 적당한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