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는 거리에서 비의 종류가 참 많다. 장대비 소나기 보슬비 안개비 이슬비 가랑비 는개…… 오늘 비가 내린다. 이런 비는 무슨 비라 할까. 내리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 창공은 뿌연 습기. 우산을 쓰기엔 비가 너무 적고. 거리엔 우산을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이 더 많다. 나는 우산을 쓰기로 한..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9.19
할미꽃도 꽃일랑가 고 박완서 선생의 단편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이 있다. 페미니즘 소설이라 분류돼 있지만 실상은 그보다는 모성애적인 휴머니즘이 농후하다. 군대 혹은 전쟁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의 성에 대한 본질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은 보편적인 사회에서는 통용되지..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9.18
가난한 자의 변명 개 때문에 생활이 자유롭지 못하다. 어디 외출했다가도 반드시 돌아와야 되고 시간 맞춰 밥을 줘야 하고... 개를 구속하려 목줄을 묶어 놓으니 오히려 내가 구속당한다. 그래서 나는 짐승을 두지 않는다. 예전에 토종닭 농장에서 잠시 일을 한 적이 있다. 하루에 두 번 사료를 주고 역시 두..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8.31
난설헌 생가에서 난초 盈盈窓下蘭 枝葉何芬芳 西風一被拂 零落悲秋霜 秀色縱凋悴 淸香終不死 感物傷我心 涕淚沾衣袂 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 가지와 잎 그리도 향그럽더니 가을바람 잎새에 한번 스치고 가자 슬프게도 찬 서리에 다 시들었다. 빼어난 그모습은 이울어도 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8.28
여보암 여자의 성기를 닮았다고 여자의 보물이라는 의미로 여보암(女寶巖) 이름 붙였다지. 원래는 보지바우였던 걸 민망하니 특별히 표지석까지 세워 바뀐 이름을 강요하고 있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8.27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는 게 제법 어렵다. 언제부턴가 나를 찍은 사진엔 항상 카메라가 있다. 그런 모습 나쁘지 않다.힌 번 지나간 것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것을 영원히 붙잡아 놓는 위대한 물건이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8.24
여름저녁의 목가 모처럼 한가로운 날 저녁나절에 누웠더니 솔솔 바람에 취해 흠뻑 잠이 들었다. 문득 눈을 뜨니 방안은 어둑어둑한데 창밖 하늘에 노을이 붉다. 하늘은 파랗고 파스텔 가루를 흩뿌려 놓은 것처럼 붉은 노을. 여덟 시 가까이 됐는데도 아직도 빛이 환하게 남아 있다. 여름날은 참 길기도 한..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7.27
바우길 15구간 세상은 온통 초록이다. 오래도록 가물어 목이 마른 초목들이어도 내색 전혀 없이 숲은 짙푸르게 우거졌다. 봄도 가을도 겨울도 좋다지만 이토록 싱그러운 계절은 얼마나 찬란하고 고귀한가. 온 몸이 땀으로 물초가 되어도 풀냄새 꽃냄새 또 농가의 거름냄새까지도 기꺼이 나를 치유해 주..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