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제7광구 검은 진주

설리숲 2020. 4. 19. 22:42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

흙진주 빛을 잃고 숨어 있는 곳

7광구 검은 진주

 

 

대중가요는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까지 고교야구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구가했다. 공중파 KBS TV는 황금사자기 봉황대기 등 고교야구경기를 하루종일 생중계했다. 그 인기가 지금의 프로야구의 뿌리가 되었다. 그래봤자 당시의 고교야구 시청률은 지금의 프로야구 시청률과 비교가 안 되게 높았다. 한때 빼어난 미모로 인기를 풍미했던 여가수 박지영이 <나는 야구왕>이라는 노래를 불러 당시의 시대상을 알려 준다.

 

<7광구>시대반영노래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은 산유국의 희망을 품고 우리나라 바다의 전 해역을 여섯 개의 광구로 지정하여 개발을 계획하였다.

 

그 전 1968년에 UN 산하기구 아시아개발위원회의 조사에 의하여 동중국해 일대가 유전의 가능성이 있음을 발표한 바 있다. 발표에 따르면 이 일대의 원유 매장량은 사우디아리비아의 10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발표대로라면 정말 엄청난 규모로 세계 최대의 유전이 되는 것이다. 이에 박정희가 발 빠르게 그곳을 우리 땅으로 설정해 버렸다. 단순한 억지가 아닌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었다. 지도상으로 보면 우리 제주도보다도 일본 오키나와에 훨씬 가깝다. 그러나 해저 지질상으로 제주도와 한 덩어리로 된 지형이기 때문에 가득 찬 바닷물만 없다고 가정하면 이곳은 제주도, 즉 한국 땅이 맞다. 박정희 정권은 이곳을 제7광구로 지정하였다. 박정희의 공과가 있지만 이것만은 참 잘한 일이다.





문제는 일본측이 트레바리를 놓은 것이다. 선수를 빼앗긴 일본은 저들 쪽에 가까우니 저들 땅이라 강력하게 항의를 하면서도 지질학적 근거가 명확하니 막무가내로 내놓으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본측이 제안한 게 JDZ, 즉 한일공동개발구역이다. 당시 한국은 시추와 개발할 자금과 기술이 없었다. 우리 바다로 선포는 했어도 그곳서 석유를 뽑아낼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작업은 일본이 맡아 하고 그 소득은 양국이 나눠 가진다는 조약이 체결되었다.

 

이 상황이어서 한국사회는 산유국의 꿈으로 한층 고조되었던 것이다. 모두들 부자가 될 것이라는 황홀한 환상에 빠져들었다. 공부 열심히 할 필요 없다며 놀기 좋아하던 애들의 핑계가 생기기도 했던 시절이다. 그때 나온 노래가 정난이의 <7광구>.

 

보통 어떤 지역이나 특정 사항을 노래하기에는 트로트풍으로 하는 게 쉽기도 하고 또 일반적이다. 7광구가 노래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런데 트로트가 아닌 독특한 장르의 노래였다. , 이렇게도 만들 수가 있구나.

세월이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옛스럽지 않고 세련됐다. 신통하다. 이 노래는 당시 가장 유행하는 노래가 되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일본은 7광구에서 서너 번 시추공사를 했다. 소량의 가스를 얻긴 했으나 산유국의 꿈을 충족할 만한 양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1986년 일본은 슬그머니 작업을 종료하고 철수하였다. 명분은 경제성이 없다는 거였다. 석유 매장량이 기대만큼 없다는 것이 그들의 핑계였다.

1982년에 UN국제해양법 새로 채택되어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이 도입되었다. 이 국제법대로 적용하면 우리 땅으로 선포한 제 7광구 해역은 죄다 일본 영토로 편입되는 것이다. 우리의 몫은 10분의 1도 안된다. 그러니 이재에 밝은 일본이 굳이 비용 들여가며 시추할 이유가 없다. 기껏 뽑은 기름을 한국이랑 나눈다는 게 억울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손 떼고 나중에 자기 땅이 되면 그때 하겠다는 심보다.

 

이젠 우리도 시추할 능력이 있으니 우리만이라도 개발할 수도 있지만 한일공동개발조약에 반드시 두 나라가 같이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한국도 지금 어쩌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조약은 50년으로 되어 있어 2028년에 해지가 된다. 그러면 일본은 분명 200해리를 주장하며 저들의 땅을 주장할 것이다. 교활한 일본!

최근 우리 정부가 일본측과 접촉하여 그에 관련된 업무를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7광구>가 새삼 관심단어로 소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들의 간교에 대처하여 좋은 결과를 얻어냈으면 좋으련만 2028년까지라니 시간이 너무 촉박해 보인다.

 

 



이승대 작사 작곡 정난이 노래 : 제 7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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