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숲이 주는 선물이 있다.
피톤치드(Phytoncide), 자연환경물질이다. 인간중심의 관점에서 선물이라 말하지만 피톤치드는 나무들 자신의 삶을 위한 것이다. 그리스어 식물(파이톤, phyton)과 죽이다(치드, cide)의 합성어다.
균과 해충 곰팡이 그밖의 것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물질을 배출하는 것이다.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때가 광합성을 할 때이다. 광합성은 햇빛을 받을 때 이루어지니 흐린 날이 아닌 맑은 날, 밤이 아닌 낮에 피톤치드가 많을 것이요, 잎이 없는 겨울보다 무성한 여름이 많을 것이다. 숲과 나무가 주는 선물을 받으려는 우리 인간들은 햇빛 맑은 여름 숲을 찾게 되는 것이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러시아가 갖고 있던 조선 영토의 벌채권을 빼앗았다. 이후 막대한 양의 목재를 반출해 갔다. 이때 거꾸로 일본에서 새 품종의 나무가 들어왔다. 삼나무와 편백나무다. 편백나무는 일본에서는 한국의 소나무 같은 위치의 나무다. 개체수도 많고 쓰임새도 많다고 한다.
침엽수 중에서도 이 편백나무가 가장 많은 피톤치드를 내보낸다고 한다.
장성 축령산 부산 황령산 횡성 청태산 고흥 팔영산 편백나무 숲이 삼림욕장으로 각광받는 명소다.
피톤치드는 나무들의 공격과 방어를 위한 무기지만 만약 살기 위해 해로운 물질을 내뿜었다면 나무와 숲은 인간의 증오 대상이 되어 사전에 그 이름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무기지만 인간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치유의 선물이다. 우리가 숲을 더불어 보듬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브라이언 크레인 : A Walk In The Fo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