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불알꽃은 이름은 좀 민망하지만 식물 이름을 지을 때 그 외모가 우선의 기준이 되므로 보면 개불알 같이 생겼으니 그렇게 지었음직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이름은 본래 이름이 아니고 일제강점시대 일본 학자가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 이름은 복주머니란.
일본 이름은 오이누노후구리(大犬陰囊)로 개의 음낭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이것을 우리 학자들이 그대로 가져다 식물도감에 버젓이 올렸다.
복주머니란
큰개불알꽃도 있다. 이 꽃은 복주머니란보다 훨씬 작은데도 큰개불알꽃이다. 이것도 역시 일본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인데 꽃잎이 아니라 그 열매가 음낭처럼 생겼다고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 이름은 봄까치꽃이다. 이른 봄 들판을 융단처럼 덮으며 피는 아주 작은 꽃이다. 봄의 전령사다.
일본에서 기존의 개불알꽃(복주머니란)과 구별하기 위해 봄까치깨를 큰개불알꽃으로 명명했다 한다.
봄까치꽃
일제식민은 이토록 모든 곳곳에 그 잔재를 남긴 채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슬픈 역사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제법 식자연하는 사람들이 제 본분을 도외시하고 일제의 모든 것을 추종하는 행태를 벌여왔다는 것이다.
식물도감에도 그 잔재들이 여전히 농후하게 서려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