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쏙독새, 위장의 귀재

설리숲 2017. 9. 15. 00:47

 

 훌륭한 보호색을 갖추고 있어서 경망스럽게 움직이지 않는 한 웬만하면 천적의 눈에 띄지 않는 쏙독새.

 얘들은 성질도 의뭉스럽다. 위해를 가할 존재를 만나면 비틀비틀 푸드덕거리며 다친 척을 한다. 아무래도 상대는 집중력이 흐트러지게 마련인데 이런 식으로 조금씩 시간을 끌다가 적당한 때 푸드득 날아 도망간다.

 

 낮은 산지나 덤불에 사는 쏙독새는 두지를 짓지 않고 땅이나 덤불에 그냥 알을 낳는다. 많이도 아닌 단 두 개만 낳는다고 한다. 새끼들도 의뭉스럽긴 마찬가지여서 날개가 돋고 이소할 때가 지나도 날지 못하는 척 눌러 지내면서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다.

 

 

   저녁 기차가 지나간 후 들려오는 쏙독새소리 - 데이빗 소로우

 

 

   새벽부터 웬 새가 칼질하라 권하느냐

   고기 썰고 삶을 때나 칼질하지

   해마다 밥상엔 무염음식이 없거늘

   초가에다 대고 괴롭히지 말고 그만 울거라

                    -서경덕: 문고도(聞鼓刀)

 

 고도는 도마질이고 쏙독새의 한자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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