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 그리고 자유 눈에 덮인 숲은 고요하다. 이따금 속살을 헤집듯 지나가는 바람소리 뿐. 아무것도 뵈지 않는데도 무언가를 찾아 먹겠다고 한파 속을 종종거리는 새들의 재재거림이 전부다. 새. 둥지는 있어도 새들은 더 이상 둥지에 살지 않는다. 여러 해 숲에 살면서 관찰한 결과 새는 한 번 떠난 둥지를.. 서늘한 숲/숲에서 2012.12.11
싸리냉이 봄이 시작되면 정선장에는 냉이나 달래 따위 봄나물이 개락이다. 내 사는 산골엔 아직도 잔설에 냉기가 가득한데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기다리면 직접 캐다 먹을 수 있지만 성급한 마음에 좌판에 놓인 그것들을 한 봉지 산다. 그런데 집에 와 쳐 먹다 보면 냉이가 아.. 서늘한 숲/숲에서 2012.11.26
여름과 가을 사이 어지러울 정도로 날아다니던 잠자리 나비들. 그 많던 잠자리 나비들이 어느 날 문득 다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때 숲은 가을이었다. 가을의 경계는 달력이 아니라 잠자리와 나비가 홀연히 사라졌을 때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나는 그럴 것이다. 서늘한 숲/숲에서 2012.10.11
머루주 그해 가을은 그랬다. 와인처럼 달콤한 했었다. 아니다 와인처럼 쌉쌀했었다. 울긋불긋 가을 숲에 새카만 머루가 지천으로 익어 가고 있었다. 나의 숲에 들어온 그녀는 숲의 요정이었다. 내게는 그랬다. 하루 종일 숲을 헤집고 다니며 온갖 세상 시름을 다 잊은 듯했다. 일주일 내내 고역을.. 서늘한 숲/숲에서 2012.10.05
차가운 피 숲속에서 만난 아기 뱀. 갓 태어났는지 정말 작고 앙증하다. 살모사인 것 같은데 너무 어려서 쇠살모사인지 까치살모사인지는 모르겠다. 가을인데, 이제 곧 추운 겨울인데 에미는 무책임하게도 이제서 낳았는가. 뱀은 대표적인 냉혈동물이다. 피도 차지만 낳아 놓고 제 자식을 돌보지 않.. 서늘한 숲/숲에서 2012.09.19
고려엉겅퀴 정식 명칭은 고려엉겅퀴지만 정선 사람들은 곤드레라 한다. 유명한 정선 곤드레밥의 재료다. 곤드레 밥을 짓는 방법 1. 말린 곤드레를 물에 넣고 30분 정도 불린 후, 물기를 빼고 적당히 잘라 들기름과 소금으로 무친다. 2. 쌀을 솥에 안치고 그 위에 무친 곤드레를 얹은 후 밥을 지으면 된.. 서늘한 숲/숲에서 2012.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