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럴지도... 빨래를 널다가 지네 한 마리가 툭 떨어져 기겁했다. 평시 세탁기 뚜껑을 늘 열어 놓는 습관이어서 지네가 기어다니다 빠졌을 테고 그걸 모르고 세탁기를 돌렸던 게다. 그 이튿날이던가 아님 그 다음다음 날인지도 가늠이 안 되는 날, 가을 모기가 어찌나 기승을 부려대는지 홈키퍼를 뿌려.. 서늘한 숲/숲에서 2013.10.08
연가시 누가 애호박을 주기에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며칠 후에 호박국을 끓이려고 꺼내 썰다가 기겁했다. 단면마다 구더기들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칼에 잘려 반 토막 난 놈들도 있었다. 곤충 따위는 괜찮은데 구더기나 지렁이 나비애벌레 등 꿈틀거리는 벌레들은 영 질색인 터라 얼마나 기함.. 서늘한 숲/숲에서 2013.08.07
폭력 파리 두어 마리가 날아다니며 사뭇 귀찮게 군다. 사람은 또 그걸 죽여야 직성이 풀린다. 파리야 그게 제 생활일 뿐이고 악의적으로 행동은 아닐진대. 그것으로 인해 내가 큰 낭패를 보는 것도 아니요 더구나 목숨이 위태로운 것도 아닐진저 그저 성가실 뿐인데. 만약 어떤 사람이 자꾸만 .. 서늘한 숲/숲에서 2013.07.25
싸리나무 남녘에서는 대나무가 있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죽세공품들을 댓가지로 만들었으나 대나무가 없는 북녘은 싸릿가지가 만능이었다. 종다리 바구니 소쿠리 삼태기 등 생활용품부터 윷가락 연 등 놀이기구도 죄다 싸릿가지였다. 대나무처럼 잘 휘는 성질이 있어 생활 곳곳에 요긴하게 쓰.. 서늘한 숲/숲에서 2013.07.08
그냥 존재하면 되는 것을 숲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의 생명들이 있다. 인간들은 그것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였다. 물론 그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 대부분은 이름도 없고 또 인간이 그 존재조차도 알 수 없는 생명들이 부지기수다. 소나무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는 거기다 적송 백송 리기다소나무 등 여러 갈래로.. 서늘한 숲/숲에서 2013.02.24
싸우는 중 인류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다. 인류뿐 아니고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은 다 그러하다. 숲에 들어가 보라. 모든 초목들이 서로 상생하면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 같지만 실은 저들이 더 살기 위해 다른 것들과 투쟁을 벌이고 있는 처절한 싸움터다. 육식을 부정하는 채식주의자들이 박애주의.. 서늘한 숲/숲에서 2013.02.01
닥나무 닥나무로 종이를 만들고 황촉규의 뿌리로 닥풀을 채취한다. 종이 만드는 일을 한 번 해보고 싶다. 가을철 베어 낸 황촉규 황촉규의 뿌리 2012.10. 경북 청송에서 찍음 서늘한 숲/숲에서 201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