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덮인 숲은 고요하다.
이따금 속살을 헤집듯 지나가는 바람소리 뿐.
아무것도 뵈지 않는데도 무언가를 찾아 먹겠다고 한파 속을 종종거리는 새들의 재재거림이 전부다.
새.
둥지는 있어도 새들은 더 이상 둥지에 살지 않는다.
여러 해 숲에 살면서 관찰한 결과 새는 한 번 떠난 둥지를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그들에게 둥지는 집이 아니라 알을 까고 부화하기 위한 임시숙소에 지나지 않는다. 새끼들이 이소한 둥지는 빈 집으로 남아 있으면서 비바람에 이아쳐 시나브로 사라져 간다. 그 후로는 공(空).
새들은 집 없이 자유를 영유한다. 인간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자유를.
집에 집착하는 종족은 아마 사람뿐인 것 같다.
평생을 한곳에 안주하려는 인간의 속성이 낳은 생태일 것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언가에 얽매이길 원하는 이율배반적인 집착들.
그것이 도를 넘어 집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까지 격상시킨(?) 이해할 수 없는 패러다임.
사람들 속에 어울려 살면 깨닫지 못하는 것들을 산에서 느끼는 것들이 있다.
과감히 버리면 비로소 얻는 고차원적인 진리를 우리가 미물이라고 천시하는 새들은 이미 다 깨닫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연은 우리의 어머니요 스승이란 케케묵은 언어까지도 새삼 들그서내며.
쇼팽 녹턴 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