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청정한 곳을 찾아나서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집을 떠나 낯선 하늘 아래 낯선 바람을 맞는 건 어디나 다 설레고 고독하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지하철이 있다. 난 이 지하철이 참 좋다. 시간만 무한히 주어진다면 하루종일, 아니 여러 날을 지하철만 타고 돌아다니고 싶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1.21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친구가 죽었다. 고등학교 1학년 가을이었다. 나랑은 별로 친하지 않은 그 아이가, 그래서 왜 죽었는지는 아직도 알지 못하는. 자살이었다. 자취방 안에 연탄을 들여놓고 가스를 마셨다. 하얗게 서리가 내리던 늦가을이었다. 을씨년스럽게 방문을 열면 보도블록 깔린 마당에 싸늘하게 덮여..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6.11.18
엽서 인도로 떠난 친구가 엽서를 보내왔다. 늘 떠남에 갈급해 하는 내게 그녀의 글월은 신기루였다. 세상은 무한히 넓은데... 나의 발과 열정은 더없이 푸르른데... 벌써 한 해 전의 일이지만 난 아직도 네팔의 눈덮인 고봉준령을 꿈꾸고 있어.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1.04
길 위에 서면 늘 외롭다 긴 밤이 끝나고 새벽 여명이 밝아올 때 바라보는 들판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그 위에 머뭇거리는 어둠, 산 위로 희번히 번지는 동, 난 이 풍경이 참 좋다. 기차에서 그 풍경을 본다. 한밤중에 깨어 또다시 정선 골짜기를 나온다. 문을 열고 길을 나선다는 건 늘 설레고 즐거..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1.01
노벨문학상 그까이꺼~ 노벨문학상이라... 그거야 받으면 물론 세세 빛날 일이지만 못 받는다고 지레 자탄할 것두 아니다. 선정기준이나 과정은 모르겠다만 하여간 한국작가가 노벨상을 받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한국문학이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지. 그들이 한글과 한국말을 모르니까. 역대 수상작을 보면 영어권,..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0.11
동행 아버지와 어머니를 영영 보내드렸다. 아버지는 땅에 드신지 32년, 어머니는 9년이다. 참 오랜 세월을 홀로 계시더니 이젠 두 분 부둥켜안고 영면하시리라. 아버지에 대한 정이 거의 없는지라 부모님 하면 나는 으례 어머니다. 9년 전 어머니의 임종에 나 혼자 있었다. 임종이라 하기..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0.11
까치밥 이야기와 된장녀 덕수궁 정문 옆에 <까치밥 이야기> 조그만 식당이다. 탁자도 여섯 개 밖에 안 되는... 한 탁자에 자리한 사람들이 몹시 시끄럽다. 네 사람이다. 외국인 남녀에 한국여자가 둘. 한국여자들은 뭐가 그리 우스운지 연해 깔깔대고 웃어댄다. 에티켓은 멀리 안드로메다에 보냈는지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0.08
사랑이 퇴색할 때 연애하던 남자를 차 버린 여자가 있었다. 왜 헤어졌느냐는 친구들에게 그녀는 말했다. "저녁에 밥을 먹고 식당을 나오는데 말이지. 그 남자가 씩 웃는데 이빨 사이에 고춧가루가 꼈드라. 욱, 순간 을마나 혐오스럽고 정나미가 떨어지는지. 그래서 찢어지자 그랬지" 그뒤 그녀는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