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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숲에서 날아오른다

여행을 해 본적이 있는가. 낯선 이방의 역 광장에 서서 떼를 지어 역사(驛舍) 지붕 위로 어지러이 날아오르는 비둘기를 본 적이 있는가. 역 광장의 비둘기는 나그네로 하여금 짙은 여수(旅愁)를 느끼게 한다. 영화에서 보는 동유럽의 어느 광장에 선듯한 이국정취를 물씬 풍긴다. 나는 비둘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던져 주거나 먹다 흘린 먹이에 길들여진 도시의 나태하고 비대한 비둘기가 아닌 진짜 비둘기 말이다. 외진 산골에 들어와서 비탈밭에 콩을 뿌렸더니 가을이 깊어지면서 이게 제법 오달지게 여물어 가고 있다. 한데 이 비둘기가 극성이다. 워낙 적요한 산골이라 방안에 앉아 있자면 온갖 새들의 날갯짓소리가 들려 온다. 그 중에는 푸드득퍼득, 비둘기임에 틀림없는 소리도 들리곤 하는데 분명 내 콩을 노리고 날아드는 것..